대한상공회의소가 오는 24일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열기로 했다. 기업이 정신무장을 새롭게 함으로써 이윤추구를 넘어 각종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5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과 대표 유니콘기업들이 모두 참여한다. 재계 전체의 행사나 다름 없는 셈이다. 재계가 정부와 국민에게 볼멘소리만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반갑고 소망스러운 일이다.
사실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필요성은 이제는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세상은 모든 영역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삶의 가치와 방식도 달라졌다. 기업가정신도 변화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창업 1세대 이후 ‘산업화 한국’을 관통해온 기업가정신은 사업보국이었다. 헐벗고 배고픈 시절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한강의 기적’은 그렇게 이뤄졌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안 그래도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의 통계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4위에 불과한 게 한국의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 아닌가.
아직 공표되지 않았지만 신기업가정신에 대한 기대는 크다. 슘페터의 혁신, 나이트의 판단과 결정, 커즈너의 기민한 기회 발견 등 학문적인 내용에 국한돼선 안 될 일이다. 이미 기업이 ‘환경보호(Environment)’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공헌(Social)’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Governance)’하여야 한다는 ESG 경영이 보편화된 세상이다.
신기업가정신에는 ESG 경영의 부족한 부분까지 보완한, 진화된 내용을 담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주우선주의의 탈피다. 지난 2019년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세상 밖으로 꺼내온 주제다. 당시 BRT는 기업 경영 방침을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주주뿐 아니라 경제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생존과 지속 성장을 위한 이익은 추구하겠지만 탐욕을 빼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럼 협력 업체와의 동반 성장은 더는 강조할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변화에는 여러 주체 간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성과물을 만들 수 있다. 재계가 신기업가정신으로 착한 변화를 추구한다면 정부도 규제개혁으로 화답해야 함은 물론이다. 신기업가정신이 기업가들로 하여금 더욱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사회 전체의 변화 촉매제로 작용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