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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저임금 차등적용, 공동용역이라도 시작해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7일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둘러싼 논쟁에서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필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는 법으로 처벌된다. 그런데도 지난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노동자가 전체의 15%, 300만명이 넘는다. 농림어업(54.8%), 숙박음식업(40.2%), 도소매(19.0%) 등에서 유독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세한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면서 사업을 왜 하느냐”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죽지 못해 하는 사업이라면, 문 닫는 게 더 큰 피해를 입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돌파구를 만들어줘야 마땅하다.

영세 사업장은 일이 단순하지만 고된 곳이다. 당연히 일하려는 사람도 적다. 언제나 구인난이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는 줄어만 간다. 유일한 해결책은 외국인 노동자다. 그런데도 쓰지 못한다. 고용허가제, 특례채용제 등 외국인 고용정책도 장벽이지만 높은 최저임금 때문에 터줘도 무용지물이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최대 수혜자가 외국인 노동자라는 건 다 아는 일 아닌가.

물론 최저임금 수준을 업종별로 구분하는 합리적인 기준이나 통계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는 인정해야 한다. 음식숙박업이라 해도 시골 모텔과 관광지 5성급 호텔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다. 도소매업이라고 동네 슈퍼와 대형 마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도 무리다.

그러니 그것을 마련해야 한다. 근거조항(최저임금법 제4조)도 있으니 기준만 만들면 될 일이다. 많은 선진국이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인정한다. 그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그것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준비가 안 됐다면 소모적 논쟁만 벌일 게 아니라 기초연구 실태조사라도 빨리 해야 한다. 사실 그런 연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 2017년 태스크포스도 꾸렸다. 하지만 1만원 수준의 인상을 공약한 마당에 시작한 연구였다. ‘도입 불가를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차등 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고,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효과를 부를 뿐”이라는 결론도 놀라울 건 없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916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제 임금은 1만1000원을 넘는다. 일본보다 높아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이다. 실업률 3%의 고용 호황인 지금처럼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도 없다. 올해 최임위에서 적어도 공동 용역 발주에 대한 합의라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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