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0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역대 한국 정부 취임 후 가장 빠른 정상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책인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4자 협의체)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는 길에 한국에 오는 것이지만 미국이 한·미 관계에 부여하는 비중도 반영하는 행보다. 미국 대통령이 한·일 순방에서 일본을 제치고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쿼드의 일원인 일본과의 안보 협의도 중요하지만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새 멤버가 될 한국과의 경제 협의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첫 행보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택공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으로, 삼성의 초격차 기술을 상징하는 곳이다. 두 정상이 이곳에서 첫 만남을 가짐으로써 양국이 군사·안보동맹과 경제동맹에 더해 기술동맹으로의 확장 의지를 자연스럽게 표출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서, 한국은 제조·생산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녔다. 반도체 공급망의 재건을 노리는 미국에 한국은 최선의 선택이다. 마침 삼성 평택공장은 서해 건너 중국을 바라보는 자리에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미국에는 평택공장이 중국을 압박하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위해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이 참여하는 ‘칩4(Chip4)’ 동맹을 한국에 제안했다.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메타버스 등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반도체가 한·미 동맹의 중심축 역할을 하려면 일본 대만과 차별화되면서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동맹국이라 해도 기술력에 따라 미국의 대접은 달라질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 보유국은 동맹으로부터 최상의 ‘안보 우산’을 제공받는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글로벌 톱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을 보면 알 수 있다. 애플 ‘아이폰’용 부품부터 최강 스텔스전투기 ‘F-35’에 들어가는 군용 반도체까지 TSMC에 의존하는 미국은 TSMC를 공급망에 넣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거대 중국에 맞선 인구 2360만 대만의 최강 방위 전략이 TSMC’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국의 대만 침공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 우산만큼 든든한 게 달리 있을 수 없다. 삼성전자를 보유한 한국도 이만한 존중을 받지 말란 법인 없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력에 한국의 안보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