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미리 좀 알면 좋겠는데, 번번이 닥쳐서 결과가 나오네요.”
오는 7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길 위기에 처한 한 저비용항공사(LCC) 직원의 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여간 항공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해빙기에 들어서는 모습이지만 LCC들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국제선 이용객이 1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인 고용유지지원금마저도 오는 7월부터는 중단돼 당장 인건비를 어떻게 충당할지 막막하다.
LCC들은 국제선이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만이라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연장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해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휴업·휴직 수당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노동부에서는 사업주가 통상 1개월 이상의 유급 휴직을 주는 경우 평균 임금의 70%인 휴업수당을 90%까지 지원하고 나머지 10%는 기업에서 부담하도록 한다.
지원금은 1년에 최대 180일까지 지급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항공산업의 경우 2020년에는 240일, 지난해에는 300일 동안 지원금이 지급됐다. 하지만 올해는 애초 기준인 6월 말이면 지원이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LCC들은 이 같은 회복세는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수는 39만3087명으로, 2019년 4월(500만2173명)의 7.8%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 고객이 36만439명으로, 90%를 웃돌았다. 사실상 LCC들의 국제선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던 셈이다. LCC의 핵심 수입원으로 꼽혀 왔던 중국이나 일본 등의 노선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당장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도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 방역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국제선 운항 횟수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진에어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LCC들은 올해 1분기 일제히 영업 손실을 냈다.
물론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재정적인 상황뿐 아니라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재난 상황을 항공사들이 자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 재원이 부족할 경우 경영 피해가 큰 기업을 선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 항공사들이 이번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고, 항공인력들이 시장을 떠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항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용 유지 지원책을 마련하고, 항공사들이 장기적으로 플랜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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