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가 그야말로 구르는 눈덩이다. 3개월 연속이고 올 들어 벌써 누적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쯤 되면 위기 신호, 강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자원 없는 수출대국 한국에 무역수지 적자는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23일 발표된 관세청의 통계를 보면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386억1700만달러인 반면 수입은 434억4400만달러에 달한다. 무역수지는 48억2700만달러 적자다. 월말 통계는 더 늘어날 게 확실하다. 올 들어 무역수지는 2월 9억달러에 못 미치는 소폭의 반짝 흑자를 제외하곤 매달 내리 적자다. 누적 무역적자는 109억6400만달러로 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도 아직 멈출 기미조차 없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령으로 공급망 차질도 계속 진행형이다. 당분간 개선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이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는 없다.
일단 정부는 수출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무역수지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워낙 크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100달러로, 석탄은 t당 90 달러 선에서 320달러로 1년 만에 각각 60%, 250% 상승했다. 가스는 무려 5배나 올랐다. 수출이 늘어도 수입가격 전가의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물량은 줄고 수출액만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무역적자는 당뇨병과 같다. 관리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중병을 잉태시킨다. 일단 무역적자 상황이 길어지면 당연히 경상수지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안 그래도 코로나 경기부양으로 재정수지는 적자상태다.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봉착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쌍둥이 적자가 무서운 것은 환율 상승과 국가 신용등급 하락, 외국인 자금 유출의 악순환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나 보았던 최악의 상황이 25년 만에 슬금슬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 외환위기까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무역적자로 줄어든다 해도 45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를 자랑한다. 경제 펀더멘털도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튼튼해졌다. 그렇다 해도 대비는 필수다. 안 그래도 지난 1년간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줄잡아 66조원이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미 연준과 600억달러의 레포(채권환매) 계약을 체결했다지만 비상시 급전대책으로는 통화스화프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대규모 투자 선물을 주고도 통화스와프를 논의 대상에 넣지 못한 한미 정상회담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