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새 국회의장 후보자로 선출된 김진표 의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 의장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추인을 받는 대로 박병석 현 의장의 뒤를 이어 21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게 된다. 민주당이 과반이 훨씬 넘는 원내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국회 절차를 거치는 데에 문제는 없을 듯하다. 김 의원이 사실상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 의장 후보자에게 기대가 큰 이유는 자명하다. 그가 이념적으로는 중도 성향이며 합리주의자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김진표를 있게 한 8할이 합리주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만큼 누구보다 공정하고 균형 있게 국회를 운영할 것이란 믿음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민주당 내에서도 계파색이 강하지 않고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여야를 넘나드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그는 풍부한 경륜의 소유자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행정부에선 청와대수석비서관과 교육·경제부총리를 거쳤고, 정치적으로는 5선의 중진이다. 경륜으로 보나, 성품과 성향으로 보나 국회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에 손색이 없다.
최근 민주당 국회의장 선출 과정에서 나온 그의 발언을 둘러싼 우려가 적지 않다. 그는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도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또 “당적을 졸업하는 날까지 당인으로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외견상 의장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는 국회 정신에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행간에는 경선 전략이자 의장으로 선출해준 민주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겠다는 의례적인 인사의 의미가 크다. 연령이나 직위로 보아 의장 임기 후 그가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년간 자신의 정치적 토양이 된 민주당적을 이번에 내놓게 되는데 그만한 소회가 어찌 없겠는가. 이날 언급의 핵심은 ‘민주당 피’가 아니라 “국회를 대표하는 역할을 잘하는 것이 정말로 민주당을 돕는 길”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물론 하반기 국회 운영의 키워드도 역시 ‘협치’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어느 한편에 기울지 않는 국회 운영 중요성은 두 말이 필요없다. 이를 합리를 중시하는 김 의장 후보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장은 여야 간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논란부터 슬기롭게 풀어주기를 바란다. 애초 약속대로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맡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