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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훌륭한 친구’된 바이든·尹, 일본 어떻게 할까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는 식으로 등 돌린 한국과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협업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 핵실험을 하려는 북한,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지 않는 러시아, 패권 야욕을 노골화하는 중국이 환경을 그렇게 조성했다. 전선이 뒤엉킨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취임 일성만은 지키려는 듯 관계가 어정쩡한 한일을 시쳇말로 ‘멱살 잡고’ 화해시키려는 중이다. 여기에 운전대를 쥔 지 고작 보름이 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는 ‘훌륭한 친구’라며 주파수를 온통 바이든 대통령에게 맞추고 있다. 화통하고 저돌적이면 보기엔 시원시원하지만 빈틈이 늘어나기에 짚어야 할 대목도 부각한다.

바이든·윤석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주고받을 것을 확실히 정해 결과물을 냈다. 지지율이 변변치 않은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기술과 일자리가 필요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확보로 정권이 바뀌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으로 시작해 현대자동차로 마무리하면서 방한 목적을 달성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을 달래는 시대는 끝났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한국의 전임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란 대의를 금이야 옥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핵위협으로 배신한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자초했다. 잘된 회담이다.

그러나 ‘북한에 할 말 못해 쌓인 체증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반길 수만은 없다. 미국의 시선은 자국 이익을 위해 더 넓은 곳에 맞춰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해탄을 건너가선 더 많은 걸 일본에 줬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군사력을 대폭 늘리는 걸 용인했다. 일본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무장하는 일본을 넘어 글로벌 이슈를 관장하는 중심국으로 미국과 엇비슷한 선상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안보·경제적으로 중국 억지가 주요 목적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와 새로 출범시킨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유럽의 전시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아시아·태평양에선 일본이 주도적으로 중국 견제의 짐을 분담해줬으면 좋겠다고 협조를 부탁한 격이다. 뭔가를 자꾸 주고 관계를 증명해보여야 하는 한국과 대접이 다른 지점이다.

문제는 미국이 밑그림을 그린 중국 억지력 배가를 위한 쿼드와 IPEF에서 한국은 호흡 맞추기 껄끄러운 일본과 계속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계기가 돼 생긴 한일 무역장벽 해소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 거라는 관측이 있다. 우리 관점에서 문제가 많아 무효화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물밑에서 조율한 바이든 대통령이 또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감정은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일본과 화해하라고 미국이 종용하는 꼴이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방향이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 같아 우려된다. ‘윤석열식 외교’의 진정한 시험대는 한일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다. 미국이 짠 판에 속도 조절 없이 서두르면 국민여론의 역풍을 맞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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