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기준금리 연속인상도 못 꺾는 물가, 깊어질 긴축의 고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75%가 됐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좁혀졌던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도 1.00∼1.25%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모든 것은 예상대로였다. 애초부터 시장의 관심사는 온통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여부였다. 불과 열흘 전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빅스텝이 절대 없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꽤나 매파적 강성 발언을 했다. 하지만 과다 부채가 고질병인 한국에서 빅스텝은 인하 때나 갈 수 있는 길이다. 인상 때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경제 충격이 크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메시지였던 셈이다. 역시 시장은 불확실성의 제거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혹시나 숨고르기 동결’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졌고 0.25%포인트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다.

사실 베이비스텝이라 해도 두 차례 연속이 쉬운 건 아니다. 한은이 정책금리를 기존의 콜금리 목표에서 기준금리로 변경한 게 지난 2008년이다. 그 이후 이번이 첫 연속 인상이다. 지난 2월의 동결 결정도 그런 부담에서였다. 금통위의 5월 0.25%포인트 인상은 액면 수치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3월 4.1%였던 물가상승률은 4월에 4.8%로 뛰어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이었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5월엔 5%도 넘길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기대인플레이션도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금통위로선 통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끌고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가계와 기업 정부 모두 당분간은 긴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통위의 고민은 다른 데에 있다. 지금 경제가 물가만 잡으면 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점은 이날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한은은 현재 3.1%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높였다. 1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전망이다. 그런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낮췄다. 내년엔 더 낮아져 2.4%다. 고물가·저성장의 디플레로 가는 문턱이다. 그렇다고 긴축의 고삐를 늦출수도 없다.

결국 정책 융합이 더욱 절실해졌다. 모든 정책 주체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금융 당국은 취약 계층이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에 차질이 없어야 하고, 경제부처는 관세를 포함한 탄력적 물가 조절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