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핵 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어 이른바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추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3발의 장·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국, 일본이 사정권에 들어오는 단거리탄도미사일(SPRM) 2발을 섞어 발사한 것은 한미일 3국을 동시 겨냥한 전략적 도발이다. 핵 기폭장치 작동시험 등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도 포착됐다. 앞서 24일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폭격기 6대가 무단 진입했다. 북·중·러가 짜맞춘 듯 한통속으로 한국과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 17번째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한국의 정권교체기, 북·중·러 대(對) 한·미·일의 신냉전구도가 저변에 흐르는 상황이라 긴장의 강도를 높인다. 보수 윤석열 정부는 진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당장 대북정책만 봐도 이전과 달리 강경 기조가 뚜렷하다.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북핵 확장 억제 방침을 공동 성명으로 채택하고 한미 연합훈련 확대를 천명했다. 북한의 이번 무력시위는 한미의 대북 기조 변화에 대한 경고이면서 한편으로 한미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떠보는 ‘간 보기’ 술책이기도 할 것이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쿼드 정상회의’ 등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진영의 경제안보 협력으로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는 위험천만해 진다. 북핵과 마주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안보불안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상시 노출돼 있다. 사드 사태에서 보듯 안보 리스크가 곧바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불러오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안보와 경제가 한몸인 것을 우리는 절감하고 있다. 동맹인 미국 주도의 경제블록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동시에 동북아 정세가 대결지향적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았다.
새 정부는 북한이 2017년 ‘화염과 분노’의 시절보다 더욱 대담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전 정부와 달리 ‘사실상 핵 보유국’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핵 보유를 할 수 없는 우리로서는 동맹과 우방의 역량을 십분 활용해 강력한 방어·응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보다 평화적 공존을 위한 실효적 접근이 먼저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