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보건복지부 장관(김승희 전 국회의원), 교육부 장관(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장(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 후보자로 모두 여성을 발탁한 것은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전략적 인선”이라거나 “근본적으로 여성 문제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이 없는 건 아니다. 심지어 “무슨 인사 철학이 그렇게 순식간에 바뀌냐”는 말도 있다. 하지만 큰 범주에선 “앞으로도 잘하라”는 비판적 해석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게 아니라면 괜한 트집잡기다.
윤 대통령이 주장해온 능력주의 인사는 성별·지역별 안배 부재로 이어졌고 여성과 청년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경육남(경상도 60대 남성)’이란 비난은 당연한 결과다. 오죽하면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외신기자가 “각료에 남성만 보인다”는 압박성 질문을 했겠는가. 대통령실 관계자도 “남성 위주 인사라는 지적과 비판여론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번 인선으로 새 정부의 내각 여성비율은 30%를 목표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와 엇비슷해졌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여성비율 확대나 균형 인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잘못에 대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정하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회의장단과의 만남에서 젠더 갈등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 경륜이 짧아 시야가 좁았다. 공직 인사에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여성 우선 검토’를 지시했고 약속을 지켰다. 역대 모든 정권에서 무수히 지적된 게 불통과 고집이다. 그게 독선과 내로남불로 이어졌고 정권을 잃는 원인이 됐다. 그 해결의 실마리가 이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깨끗한 인정’과 확실한 시정 조치는 가장 효율적인 출구 전략이다. 그건 발전과 진화의 원동력이다. 이제 여성의 중용은 공무원사회는 물론 정부기관까지 확산될 게 분명하다. 기업에도 전파되면 더욱 좋다. 대통령이 몸소 보여주는데 장관과 CEO들도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사는 만사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그 이상이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여성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인식에서도 완전히 벗어났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앞으로 더 보여주고 증명시켜야 할 부분이다. 그러길 기대한다. 그럼 윤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정치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경륜은 짧다. 잘 모른다는 약점은 더 빨리 진화 적응할 수 있는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 인선이 그런 기대감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