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가 20대 대선 이후 약 3개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2일만에 치러진다. 대선과 새 정부 출범과 시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대선 연장전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집권 초기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고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반면 야당으로 내려앉은 더불어민주당은 0.73%포인트의 근소한 대선 격차를 새 정부가 무시하며 독주할 우려가 크다며 견제할 힘을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7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직전 대선주자로 뛰었던 민주당 이재명(인천 계양을)·국민의힘 안철수( 성남 분당갑) 후보가 동시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미니 총선’으로 판이 커졌다.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이 되고 차기 대권주자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하는 승부로 확전되다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과 유능한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본연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은 새 정부 프리미엄에 최대 1000만원의 손실보전금 지원 방안이 담긴 추가경정예산 처리, 한미 정상회담 성과, 중앙정부 지원에 따른 지역숙원사업 해결을 앞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편중 인사, 검찰국가 저지,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의 취업 청탁 의혹을 제기하는 등 상대 진영에 대한 도덕성 공세에 나서며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지역 현안과 이를 타개할 정책대결은 보이지 않고 중앙정치 대리전 양상이 펼쳐졌다.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지방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는 더 냉정하고 더 꼼꼼하고 더 똑똑해야 한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시도교육감 등 투표용지만 무려 7장이다.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는 7개 지역은 용지를 한 장 더 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정도만 자질을 따져 투표하고 나머지는 정당이 어디인지만 보고 ‘묻지마 식 줄투표’를 하게 마련이다. 교육감의 경우 정당 추천도 없어 ‘복불복’ 선거가 된 지 오래다.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시의회(비례대표 포함) 110석 가운데 102석을 차지한 것도 줄투표의 결과다. 후보들의 면면을 도외시한 이런 식의 선거로 1당이 독주하게 되면 감시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은 기대 난망이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궁극적으로 주민의 자질에 달렸다. 각 가정에 배달된 선거공보물이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경력·납세·전과 기록 등 후보자의 자질을 살펴 공복(公僕)으로서의 준비가 돼 있는지 따지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투표에 참여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표의 질까지 높이는 단계로 올라서야 유권자의 권리를 완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