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가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지난달 29일로 전반기 국회가 마감됐다. 하지만 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 구성이 진척되지 않아 ‘국회 공백’ 상태가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상대방에게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 원 구성 협상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20대 국회에서도 후반기 원 구성이 40여일 늦어진 적이 있다. 늑장 원 구성이 아예 고질병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원 구성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예상을 뛰어넘는 살인적인 물가고로 민생은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게다가 북한의 잇단 도발과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산적한 국내외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경제활력을 모색하는 민생법안 마련이 한시가 급한 이유다. 그러나 국회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겉돌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할 뿐이다. 직무유기를 넘어 국회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 구성과 운영 차질도 적지 않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 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가 원 구성이 안 돼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박순애 후보자는 만취 운전 전력이 확인돼 교육수장으로서 자질이 의심받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 준비 부족으로 이를 검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구성이 늦어지자 정치권 일각에서 ‘임명 후 청문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장관 3명이 이에 해당하는 전례도 있다. 자칫 장관 후보자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또한 국민의 알 권리 침해다.
원 구성이 늦어지는 건 법사위원장 자리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내주면 일사천리로 원 구성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법사위를 잃으면 정부 견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하지만 민주당의 주장은 억지스럽고 명분이 약하다. 지난해 상임위를 다시 조정할 때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이 맡기로 서로 약속을 했다. 그렇다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치도의이고,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민주당은 정부 여당의 독주를 우려한다지만 그건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일이다. 그에 대한 판단과 응징은 국민이 내릴 것이다.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한 민주당 독주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최근 두 차례 큰 선거 결과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이만한 반면교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