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부 등 정부 부처가 “목숨 걸고 해야 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와 안보 핵심 자산인 반도체산업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인재 양성에 올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교육부의 개혁과 혁신,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교육부가 경제부처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 출신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20분간 강연했다. 국무회의에서 특정 부처 장관이 강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1세기 산업의 쌀인 반도체의 성패에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고 보고 임기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윤 대통령의 다짐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발상의 전환을 강조할 만큼 우리의 교육제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인재 육성에 뒤처져 있다. ‘반도체 강국’이 무색할 정도로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은 해마다 약 16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대학에서 배출되는 관련 전공 졸업생은 650명뿐이다. 특히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석·박사급 인력은 그중에서도 150명가량에 불과하다. 대학별 정원 내에서 학과 간 인원 조정을 할 수 있다지만 학과 밥그릇 싸움 탓에 무산되기 일쑤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는다는 이유로 대학 정원을 제한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도 큰 걸림돌이다. 40년 된 낡은 규제이어서 디지털산업 시대에는 ‘맞지 않은 옷’이지만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경직적 잣대에 걸려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인재 양성에 대해 “전 부처가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 정제된 표현을 하던 이 부회장이 이처럼 직설화법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반도체대전에 나서는 장수의 결연함이 배어 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에 목숨을 걸라”고 주문한 것은 이 부회장의 투자 의지에 화답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발상의 전환이 선언적 의미로 그치지 않으려면 규제개혁과 파격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우선 대학들이 학과 정원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확대해줘야 한다. 수도권 대학의 총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도 손봐야 한다. 40년 전 규제를 답습하면서 기술대국을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