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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푸어’ 쏟아지는데, 하반기 전세난 없다고?[부동산360]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연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금 주택시장의 관심은 온통 8월 이후에 맞춰 있다. 2년 전부터 시행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던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전세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최근 매매시장은 물론 전세시장도 침체된 모습을 보이면서 앞으로도 더 오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대표 은행의 한 전문가는 “지난 2년간 수도권 전셋값이 25% 정도나 올라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세 시황은 신규 계약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오른 부분은 다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8월 이후 갱신 임대 만료물량이 전세시장에 나와 신규 임대 수준으로 ‘키맞추기’를 한다고 해도 이미 신규 임대 가격이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시장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 이후 전세시장은 정말로 별다른 동요 없이 안정세를 이어갈까. 개별 사례로 보면 상황은 조금 심각해 보인다.

직장 때문에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연모 씨 사례를 보자. 그는 자신이 보유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A아파트 전세를 오는 10월 2억원 이상 올릴 계획이다.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4억4000만원으로, 2000만원만 올린 아파트 전세다. 그런데 현재 이 단지 같은 크기 전세 신규 계약 건은 아무리 싼 것도 6억5000만원 이상에 계약되고 있다. 연씨는 “현재 거주하는 구리 집의 전세금도 내년 3월 2억원 가까이 올려 줘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풍덕천동 아파트의 전셋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세시장에는 ‘이중 가격’이 형성돼 있다는 건 많이 알려진 팩트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수많은 아파트단지 중개업소를 돌아보면 같은 단지 같은 크기 전세인데 가격 차이가 2억~3억원씩 벌어진 경우가 흔하다. 임대차2법이 시행된 이후 최근 2년 사이 신규 계약건은 향후 4년간 올리지 못할 것을 고려해 대폭 올린 반면 같은 단지 재계약 전세는 5% 상한제를 적용해 별로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세 이중 가격이 형성돼 있는 단지마다 계약갱신권 만료 전세의 집주인들 상당수는 연씨처럼 최소한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리려고 마음먹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올리지 못한 부분은 물론 전세 부족이 예상되는 지역이라면 향후 4년간 상승 예상치까지 반영해 인상하고 싶을 것이다.

연씨와 같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현재까지 드러난 통계는 제각각이다. 먼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된 지난해 7월 “서울 대표 아파트 100곳의 임대차계약 갱신율을 조사한 결과, 임대차2법 시행 1년 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77.7%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임대차2법이 시행되고 진행된 10건의 전세 계약 중 8건이 갱신계약이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이 수치는 홍 부총리가 정책 홍보를 위해 계약갱신율이 높은 특정 단지를 뽑아 산정한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2021년 6월 전월세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5개월간 전국에서 진행된 50만9000여건의 임대차거래를 분석한 결과, 신규 계약은 80.3%, 갱신계약은 19.7%로 파악됐다. 이 통계대로라면 10건 중 2건만 갱신계약이라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를 종합하면 전체적으론 10건 중 2건, 일부 단지에선(최소 100곳) 10건 중 8건 정도까지도 갱신계약이 이뤄졌다. 이들 갱신계약 만료 아파트에서 연씨처럼 최소한 주변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리는 곳이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8월 이후 전세 갱신계약 만료 건이 신규 계약 건 수준으로 ‘키맞추기’ 하면서 오르는 전셋값 상승은 정말로 시장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을까? 기존 신규 계약 수준의 전셋값에서 더는 오를 가능성이 작다고 해도 말이다.

분명한 건 갱신계약 만료 건 규모가 20%건, 80%건 단기간 수억원 정도씩 전셋값을 마련해야 하는 임차인은 앞으로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앞으로 ‘전세난민’ ‘전세푸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힘들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여건이 안 된다면 지금 사는 곳에서 변두리로 이사를 해야 할 수 있다. 일부는 오르는 전세값 만큼 월세를 내는 반전세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또 일부는 ‘차라리 집을 사야겠다’고 태도로 바꿔 주택 매수자로 변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게 전세난이 아니고 무엇일까.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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