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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차입폭탄 커진 가상자산시장, 겨울? 빙하기?
테라·셀시우스 사태 이어
헤지펀드도 유동성 위기
차입기반 파생투자 많아
연쇄반응 금융충격 우려

2018~2019년에 이어 가상자산시장에 다시 ‘겨울(Crypto winter)’이 도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당시와는 상황이 꽤 다르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글로벌 경제에서의 비중도 훨씬 커졌다. 차입을 동반한 파생투자 등을 통해 가상자산 생태계를 넘어 전통 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다. 긴축으로 촉발된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 생태계가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졌다.

17일 한때 비트코인은 2만280달러, 이더리움은 1056달러 선까지 밀렸다.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비트코인 2만달러, 이더리움 1000달러 선도 위태롭다. 반등을 이끌 만한 소식은 잘 보이지 않는다. 테라·루나 사태, 셀시우스 인출 중단에 이어 가상자산 관련 대형 헤지펀드인 ‘스리애로스’까지 증거금 추가 요구(margin call)에 응하지 못하면서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트·이더 모두 지난해부터 투자한 이들은 손실 구간에 이미 진입했다. 2만·1000달러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손실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한 대규모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비트·이더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핵심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비트·이더 ‘팔자’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코인 가격 하락과 함께 가장 관심이 큰 현안은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의 이더리움 네트워크 개선이다. 개선을 마치면 지금보다 이더리움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작업을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이더리움(ETH) 보유자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맡기는 ‘스테이킹(staking)’이 필요하다. 스테이킹한 ETH은 작업 완료까지 인출이 제한된다. 대신 네트워크로부터 연 4%가량의 수익을 받는다.

스테이킹은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리도파이낸스(Lido)는 소액 투자자로부터 ETH을 모아 스테이킹을 하고, 대신 ‘stETH’라는 코인 형태의 증서를 발행한다. 기본적으로 ‘1stETH=1ETH’이다. 셀시우스는 stETH을 담보로 70%까지 ETH을 대출(연 1%)해준다. 투자자는 이를 다시 리도에 맡기고 stETH을 받는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투자 규모를 3배까지 키울 수 있다. 연 9%가량의 차익거래가 가능한 구조여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거래 과정을 대행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테라와 비슷하게 셀시우스도 연 18.6%의 고수익을 내세워 돈을 모았다. 모은 돈은 가상자산 관련 자산에 투자됐다. 가상자산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고수익 지급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드러났다. 테라·루나 사태로 stETH 가치가 하락하며 ETH의 균형악화(de-pegging)가 발생했다. 이는 셀시우스의 재정건전성 우려로 이어졌다. 셀시우스는 지난해 이더리움 해킹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도 알려졌다. 셀시우스는 결국 투자자들의 대규모 회수를 막기 위해 인출 중단을 택하게 된다.

코빗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셀시우스의 대규모 인출 사태 가능성이 매우 크고 ▷탈중앙(De-fi) 생태계 위축은 ETH 네트워크에도 부정적이며, stETH 값의 추가 하락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8~2019년 약세장 때와 달리 거대하게 형성된 디파이시장이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연쇄 충격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수는 이더리움 개선작업 완료시점이다. 최근 stETH 가격 하락에 대응해 저가 매수하는 투자자들도 등장했다. 스테이킹한 ETH의 인출 제한이 풀리면 stETH 가치도 회복할 것으로 본 접근이다. 이더리움의 효율이 커지면 값이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유동성을 회복한 이더리움을 팔려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가상자산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중요하다.

글로벌 긴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현 가능성이 작은 고수익을 내건 가상자산 플랫폼들의 영업모델이 실현 가능한 구조로 바뀌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위험이 큰 파생투자 포지션 해소도 이뤄져야 한다. 이 같은 시장 전환 과정에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깜깜이’에 가까운 가상자산 플랫폼들의 투명성과 건전성도 제도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잘되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빙하기’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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