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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새 정부 노동시장 규제개혁, 확고한 의지로 실행해야

새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이 23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제도와 임금 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단위(52시간)로 경직되게 운영돼온 연장근로시간은 월 단위 등으로 총량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연공성 임금 체계는 직무 성과 중심으로 개편키로 했다.

새 정부 노동 분야 규제개혁은 가장 핵심적인 분야를 제대로 짚었다.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는 해외 주요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경직된 제도다. 대부분 3개월이나 월 단위 관리를 하고 할증률만 규정할 뿐 아예 한도가 없는 나라도 많다.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도 마찬가지다. 고성장 시대에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임금 체계다. 저성장에 이직이 잦은 디지털 시대의 노동시장에선 시효가 다했다고 봐야 한다.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생산성 저하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근로시간과 임금 체계는 노동시장의 시작과 끝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된 지 오래다. 합리적이고 유연한 근로시간의 선택과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 보상을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럼에도 어느 정부 하나 제대로 개혁하지 못했다. 실패를 반복한 오랜 숙제요 고질병이란 얘기다. 그 결과가 매년 발표되는 국제기구의 평가다. 어디서도 한국의 노동 관련 평점은 거의 꼴찌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지난해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5위다. 노사 협력은 141개국 중 130위다. 벌써 십수년째 그 수준에 그 자리다.

결국 문제는 처방이 아니라 실행이다. 기득권 노조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 하지만 도덕적 설득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온전하게 유지되고 성과를 보인 적이 있기나 했던가. 오늘날 노사정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아직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정부는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7월 중 구성키로 했다. 10월까지 4개월 동안 실태조사와 의견수렴을 하고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노측도, 사측도 아닌 오직 전문가들만으로 꾸려져야 한다. 배려와 비례는 무의미하다. 대신 논의 결과는 물론 과정까지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국민의 공감대는 기득권 노조의 반발에 버티는 최선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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