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천정부지다. 주유소의 기름값은 휘발유와 경유 할 것 없이 ℓ(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6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만 해도 전주보다 34.8원 오른 2115.8원이고 경유는 더 올라 2127.2원이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5월 1250원대에서 2년새 거의 두 배가 된 셈이다.
현재 기름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물론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우리 힘으로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다. 그러나 기름에 붙이는 관련 세금은 다르다. 충분히 가격 상승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간 유류세를 20% 인하했고 올해 초엔 30%로 확대했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럽의 제재로 최근 유가가 더 오르자 정부는 유류세 기준 세율을 기존 높은 세율에서 일반 세율로 조정했다. 세율 적용 기준까지 바꿔 최대 37%까지 인하 효과가 발생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2000원을 훌쩍 넘기는 기름값에 비하면 인하 효과는 그야말로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좀 더 큰 폭의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민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에선 유류세 탄력세율을 50%까지 확대하자는 데에 거의 이견이 없다. 여야 모두 당론으로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한다. 심지어 여당 안은 이미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 공전을 이유로 미루기만 할 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점검하겠다며 정유업계와 주유소 현장의 담합 여부 조사에만 열을 올린다. 이러니 세수 감소의 영향을 따지느라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유류세 관련 법안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임대차 3법을 비롯해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관련 법안,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국회에서 처리돼야 할 민생 법안이 태산이다. 그러니 정부 관료가 부지런히 여야 의원실을 찾아다녀야 한다. 급하니 빨리 처리해 달라는 설득과 요청에 나서야 한다. 더는 국회를 핑계로 유류세 추가 인하에 소극적이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인해 국민의 삶은 매일 피폐해진다. 서민에겐 더 가혹하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할 수 있고, 즉각적인 효과를 볼만한 일로 유류세 인하만한 것도 없다. 그걸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