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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나토 회의, 중국의존도 줄이고 대안시장 찾는 물꼬 터야

한덕수 총리는 30일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최대 교역국으로, 양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더해 중국을 ‘체계적 도전’으로 규정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파트너 국가로 참석한 한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국 내 기류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행보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의 경제관계, 지정학적 위치,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국익 차원의 세밀한 외교를 펼쳐야 하는 시점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의 공장과 소비시장인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에 올라타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지난해 전체 수출액 6444억달러 중 4분의 1이 넘는 1630억달러가 대중 수출이었다. 2003년 이후 19년 연속 부동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다. 수입 비중도 절대적이다. 한국의 미래 동력인 배터리 생산용 희토류는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중국의 작은 날갯짓에도 우리의 산업에 태풍이 몰아치는 구도가 돼버렸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의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는 독일이 잘 말해주고 있다. 독일은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공급 파이프를 잠그자 독일 일부 산업은 셧다운(운영 중단)에 내몰렸고 가스 배급제까지 검토하는 지경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호혜와 협력관계는 지속돼야 하지만 경제의존도에 발목 잡혀 주권국인 우리의 목소리를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우리는 중국의 대안시장이 필요하고 다변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회의에서 프랑스와 원전, 네덜란드와 반도체, 폴란드와 방산 협력 강화를 위한 세일즈외교를 펼친 것은 바람직하다. 대부분 한국의 새로운 수출시장이거나 공급망 구축, 미래 기술 협력이 긴요한 유럽 국가들이다. 비교우위에 따른 효율성을 중시하는 세계화 시대에서 신냉전의 블록화 시대로 이행하는 글로벌 환경 변화와 맞물려 유럽에 원전, 방위물자, 반도체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산업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기회 요인이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내수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나토를 통한 안보 지평의 확대뿐만 아니라 유럽을 통한 경제 외연 넓히기에도 성과를 내야 대한민국 지속 성장의 토대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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