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올 상반기 수출입 통계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다. 애초 예상보다는 선방했지만 역시나 불확실성과 위기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수출은 6월에도 577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월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지난달 20일까지 통관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3.4%)였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조업일 수가 2일이나 적고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에도 거둔 실적이어서 더욱 반갑다. 이로써 올해 들어 월별 수출실적은 하나도 빠짐없이 역대 최고다. 그 결과가 역시나 사상 최고인 상반기 수출실적 3503억달러다.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15.6%나 늘어났다. 한국 수출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높은 에너지·원자재 가격으로 더 크게 늘어나는 수입이다. 상반기에 전년 대비 26.2% 늘어난 3606억달러다. 뛰는 수출에 나는 수입이다. 그 결과가 역대급 무역수지 적자다. 상반기에만 103억달러에 달한다. 25년 전(1997년 91억6000만 달러) 기록을 넘겨버린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역수지는 경상수지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이처럼 큰 폭으로 무너지면 경상수지도 적자다. 이미 올 들어 월별로는 심심챦게 나타난다. 재정수지는 몇 년 전부터 적자가 일상이다. 결국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면 나타나는 그 무서운 ‘쌍둥이 적자’가 현실로 다가온다. 상반기로만 보면 거의 기정사실이다.
무역수지 전선에 가득한 먹구름이 걷힐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날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 탓이 크다. 이미 100일을 넘겼다. 단기에 끝날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간지 오래다. 글로벌 금리인상 추세도 해를 넘겨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수출도 언제 주춤할지 모른다. 전경련이 수출 주력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최근 전망조사는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온다.
결국 해결책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무역적자가 수입의 급증에 따른 것이라고 손 놓을 수는 없다. 길은 수출증대뿐이다. 따지고 보면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느 한 해 어렵지 않은 때는 없었다. 늘 위기였고 기업들은 창의성과 변화수용성으로 극복해왔다.
우리 기업엔 위기극복의 DNA가 있다. 정부가 할 일은 그 유전자를 자극하는 것이다. 규제개혁보다 좋은 것은 없다. 부족한 재정에 수출금융을 더 늘리기도 어려우니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파괴적 규제개혁으로 기업 의욕을 북돋아 수출증대로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