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일정에 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의 민간인이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모 씨는 사전답사단 일원으로 스페인을 먼저 방문했고 귀국길엔 대통령전용기를 함께 타기도 했다. 스페인에선 해외교포간담회와 김건희 여사의 한국문화원 방문 등 행사 전반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식 공무원이 아니어서 ‘비선 보좌’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은 “(11년 유학과 국제 교류행사 경험을 가진) 신씨가 기획과 지원을 했고, 통역이나 주치의 같은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외교장관의 결재를 거쳤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신씨가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인 것을 의식했는지 “이해충돌 문제를 우려해 보수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신씨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로, 2013년 검사로 근무하던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윤 대통령이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와 신씨 어머니는 윤 대통령이 당 경선 후보였던 지난해 7월 각각 1000만원의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신씨는 정부 출범 초기에도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실에서 일했다고 한다. 대통령 경호 기밀 사항이 포함된 해외 일정은 일반 민간인 동행에 극도로 엄격하다. 신씨의 순방 동행은 법적인 문제 이전에 관행과 상식의 문제다. 대통령실은 신 씨와 동행한 이유에 대해 “신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그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대통령과의 돈독한 인연이 작용했음을 자인한 꼴이다.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동행도 그렇고, 사적 인연이 공무수행과 섞이는 일이 반복되면 비선 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정 책임을 공유해야 할 여당이 비선 논란에 무감각한 것도 문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 해외 방문 때도 (민간인인) BTS가 참여해 공연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대통령 해외 순방 때 글로벌 기업인이나 세계적 팝스타가 동행해 국익을 위해 뛰는 것과 지인의 동행을 단순 비교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더군다나 기업인이나 팝스타 동행은 사전에 공개되고 투명한 절차 속에서 진행된다. 어설픈 감싸기보다 재발방지가 할 일이다.
친분이 두터운 지인의 순방 동행도 불편한데 대통령 내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 부속실에 윤 대통령의 외가쪽 친족인 최모 씨가 국장급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이 사안도 법적 기준을 떠나 국민 정서를 살펴야 한다. 친족 채용이 과연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하는 윤 정부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많은 국민이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