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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 사퇴, 인사 전환점 삼아야

윤석열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됐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10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송 교수는 지난 4일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2014년 서울대 로스쿨 1학년생 100여명과 한 저녁자리에서 만취한 채 여학생 외모를 품평하는 등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실이 다시 불거져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 일을 둘러싼 구설이 이어지는 데 대한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난 것 같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송 교수의 공정위원장 지명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송 교수는 후보자로 지명된 뒤 스스로 “성희롱성 발언이 문제가 된다면 낙마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본인이 사과했고, 대학 측의 특별한 징계 없이 일단락된 사건으로 봤다”며 새삼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고 감쌌다. 이는 8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애써 무시하는 태도다. 그러면서 송 교수 지명은 윤석열 정부의 능력·실력 중시 인사에 부합한다며 사법·행정·외무고시에 합격하고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석·박사 학위를 받은 상법전문가임을 부각시켰다. 송 교수 같은 인재를 기용하려면 오래전의 도덕적 흠결은 묻고 넘어가자는 태도는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 더군다나 송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개인적 인연으로 후보자가 됐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윤 정부 들어 장관급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아빠 찬스’나 자녀 특혜, 정치자금 유용 등의 논란이 불거져 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부실 검증 지적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며 역정을 냈다. 많은 국민이 내각과 대통령실에 대통령의 측근·지인이 대거 기용되고 검찰 편중, 엘리트 중용 등으로 통합형 인사의 가치가 무너지는 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데도 윤 대통령은 전문성과 역량만 본다며 마이웨이식 인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이 이런 사고를 고수하는 한 부실 검증에 따른 인사 참사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한국갤럽 등 최근의 다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는데 첫 손에 꼽힌 요인이 인사였다. ‘아는 사람’ ‘써본 사람’ 위주의 편중 인사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다. 인사 풀이 협소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인사에 나서야 한다. 예컨대 코로나 재난 대처에 헌신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해봄직하다. 인사 매듭을 풀어야 국정동력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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