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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여곡절끝에 ‘도어스테핑’ 재개, 차제에 적극 보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이 우여곡절 끝에 재개됐다. 대통령실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당분간 하지 않겠다고 11일 밝혔지만 이튿날 ‘거리두기’ 방식으로 다시 시작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매일 아침 대통령이 기자들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나누며 집무실로 들어서는 모습은 역대 정부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었다. 형식에 얽매임 없이 기자들과 대화하고 국정 현안과 정책 방향을 대통령에게 직접 들을 수 있기에 평가도 후했다. 정권 반대편에 있는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취지가 좋다’고 인정했다. 이런 장점을 지닌 제도가 중단 없이 이어지게된 것은 우선 다행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코로나 상황 악화’ 때문이라지만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거친 태도 등이 계속되며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서둘러 중단하려 했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 사례는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인사 검증 부실 지적에 “전 정권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반문한 것이 한 예일 뿐이다. 지나친 검찰 출신 중용에는 “과거엔 민변 출신들로 도배를 했다”며 이전 정부에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누가 봐도 대통령답지 못한 화법이다. 심지어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해당 부처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국민에게 곱게 비칠 리 만무하다. 급기야 취임 두 달 만에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레임덕’ 수준이라는 3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도어스테핑이 직접 이유가 된 것은 아니나 적어도 빌미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부작용을 노출했지만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계속돼야 한다. 대통령과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진일보한 방식으로 이만한 제도도 드물다. 소통하지 않는 대통령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정해진 각본에 따라 준비된 자료를 읽어나가는 기존의 기자회견 방식은 국정운영 방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지,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 없다. 준비 부족으로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정비하고 다듬어 윤 대통령이 다시 소통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그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기에 언제나 정제되고 준비돼야 한다.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해 도어스테핑이 윤석열 정부 소통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굳이 1일 1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주간 정도 단위를 정하거나 현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문제는 소통의 진정성이지, 형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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