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정부가 대대적인 공무원 조직 군살 빼기에 나선다. 그 핵심은 5년간 해마다 부처별 공무원 정원의 1%를 줄여 재배치하는 통합활용정원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사회 환경이나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새로운 인력 수요가 발생하면 행정 수요가 적은 조직을 축소해 충당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전체 인원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게 행정자치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16년 만에 범부처 차원의 조직 진단도 추진한다.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방만한 공무원 조직 손보기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공무원 숫자는 역대 정부마다 꾸준히 늘어 비효율적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조직이 비대해진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제시한 통계만 봐도 그렇다. 노무현 정부 당시 97만명 선이던 공무원 수는 이명박 정부(99만명)를 거쳐 박근혜 정부(103만명) 때 10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큰 정부를 지향한다는 통치철학과 일자리 만들기정책이 맞물려 5년간 무려 13만여명이 증가했다. 직전 2개 정부에서 늘어난 4만여명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그렇다고 행정의 질과 서비스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니다. 조직이 커진 만큼 기대한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공무원 조직 슬림화가 반가운 것은 정부의 규제 개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 혁파를 외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하며 규제 개혁을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 끝은 늘 용두사미였다. 거창한 구호로 시작했으나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완화는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되레 없었던 규제가 신설되기도 했고, 총량은 늘 불변이었다. 이런 현상이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와 무관치 않다. 공무원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규제에서 찾기 때문이다. 공무원 조직이 작아지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면 규제를 만들 틈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내 밥그릇’을 지키려는 공직사회의 반발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우리 경제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덮친 ‘복합위기’ 국면에 들어서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경제 불황까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더 커진 상태다.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기업의 활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은 필수다. 공무원 조직이 비대하면 걸림돌만 될 뿐, 기민한 대처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