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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상최초 0.5%P 금리인상, 기로에 선 실물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25%가 됐다. 미 연준의 잇단 금리 인상으로 상단이 같아졌던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도 0.75∼0.50%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하지만 미 연준이 이달 말 또다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여서 양국 간 금리 역전은 기정사실이다. 2주도 가지 못할 금리 우위인 셈이다.

금통위의 빅스텝 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대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벌써 한 달 전부터 “한국 대응이 현시점에서 선제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당분간 성장보다 물가관리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빅스텝이 절대 없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쯤 되면 0.25%포인트의 베이비스텝이 이상할 정도다.

시장의 충격은 적지 않다. 지난 4월부터 세 차례 연속 인상은 물론 빅스텝(0.50%)도 사상 처음이다. 모든 게 본 적 없는 일이다. 금통위 통화정책의 새 역사다. 그만큼 물가 불안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4.1%)부터 매달 0.7%가량 올라 5월(5.4%) 5%대, 6월엔 6%대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제 7% 상승률도 코앞이다.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고다.

고물가는 서민에게 더 고통스럽고 임금과 인플레 악순환을 몰고 온다. 금통위로선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끌고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빅스텝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은 당연하다. 당장이야 선반영시킨 것으로 혼란을 피할 수는 있다지만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관리엔 빨간불이 곧 들어온다. 이미 상반기 실적을 보면 은행보다 금리가 비싼 저축은행과 보험의 대출 증가율이 더 높다. 고위험 가구 대책이 절실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나타날 실물경제 부문이다. 고물가 속 고금리는 경기침체를 불러온다.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실업률도 치솟게 된다. 지금 설설 끓는 고용시장의 호황은 해 질 녘 잠깐 밝아지는 회광반조다. 꺼지기 직전의 성냥불이다. 테슬라는 벌써 직원 10%를 해고하겠다고 예고하지 않았는가.

이제 부채나 경기 모두 연착륙은 어려워졌다. 유류세를 낮춰봐야 주유소 기름값은 리터당 2000원을 넘는다. 그럼에도 충격 최소화 노력마저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모든 경제 주체가 고통 분담을 전제해야 한다. 1980년대 미국은 고금리로 물가를 잡는 데에 3년이 걸렸다. 그리고 1990년대 호황을 맞았다. 견디는 게 최선이다. 고통에도 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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