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의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시설 점검이나 기상 관측, 교통관리, 방제 및 조난구조 등에 이미 드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소방청은 드론을 통해 등산조난객을 공중 수색해 신속히 그 위치를 파악하고 구조를 진행한다. 드론을 활용한 영상 촬영이나 퍼포먼스, 레이싱 경기 등도 드물지 않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1218대의 드론이 펼친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직도 생생하다. 전쟁에서 적진에 침투하고 목표물을 공격하는 군사작전에도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드론을 통한 화물 배송이나 항공 운송 서비스 역시 운영 중이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마존은 올 하반기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드론을 이용한 택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CU 등 국내 편의점 체인들 역시 일부 지역에서 드론 배송을 시작했다.
드론은 물류와 운송의 혁신을 가지고 올 수 있는 기기다. 인구나 시설이 밀집된 지역에서 차량과 같은 지상 운송수단은 다양한 물리적 제약에 노출된다.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량이 도심에서 쉽게 상용화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공중을 포함한 3차원 공간으로 움직이는 드론은 지형의 물리적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하늘은 여전히 대부분의 공간이 비어 있고, 지상만큼 장애물이 많지 않다. 완전한 자율주행기술이 자율운항기술의 형태로 드론을 통해 먼저 실현될 수 있다고 예상하는 이도 많다.
드론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사생활 침해와 안전 문제가 가장 크다. 드론에 의한 불법 촬영이나 주거지나 사업장에 대한 무단침입, 소음으로 인한 생활 방해는 드물지 않은 이슈다. 항공 운항의 특성으로 인하여 드론 사고 발생 시 피해가 상당할 수 있다. 화물 운송에 사용된 드론이 추락하여 산불이 발생한 사례도 있고, 유인드론 사고는 항공기 사고만큼이나 치명적이다. 장기적으로 드론이 좀 더 활성화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3차원 공간에서 드론의 운행 및 교통을 어떻게 조율하고 관리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자율주행차량에 대하여 발생하는 문제와 우려가 더 복잡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드론이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으로 전 세계에서 물류와 운송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드론산업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면서 드론 사용 확대에 따른 피해를 줄이고 우려를 해소하는 정책과 제도가 절실하다.
우리 정부 역시 드론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2019년 드론 분야의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해 드론의 사업용도별로 관련 규제 이슈를 정비하고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규제혁신심의회를 통해 드론(무인비행장치) 개발 및 상용화 지원을 위하여 관련 안전성 인증 기준을 보완·개선했다. 지난 5월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드론을 활용한 무인배송 법제화를 통한 물류산업의 첨단화를 지원하고 시설물 안전관리 등 국토관리에 적극 활용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6월 개최된 규제개혁위원회는 신산업 분야의 규제 개선으로 드론 야간 비행 시 필수 구비시설 및 시설 완화, 드론 특별비행 승인 절차 간소화, 드론배송산업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제시했다. 기존에 드론이 물류·배송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거나 이용되는 데에 제약이 된 규제들이다.
드론이 이미 적지 않은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그 잠재성을 고려할 때 우리 드론산업은 극히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산악지형이 많고 국토가 제한적이며, 도심 인구밀집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3차원 모빌리티 수단인 드론의 활용도 및 드론산업의 잠재력이 더 클 수 있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산업육성책과 제도 정비를 통하여 드론이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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