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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탈북어민 강제북송 재조명, 재발방지 법 보완에 초점을

정권교체가 실감 나는 요즘이다. 해양경찰청장이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애초의 수사결과를 뒤집고 대국민사과를 한 데 이어 통일부도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의 북송은 잘못된 조치였다며 3년 만에 기존 입장을 180도 번복했다. 둘 다 보편적 가치인 인권·생명과 관련한 사건인데 보수·진보 정치 이념에 따라 상반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국민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통일부가 지난 12일 뒤늦게 공개한 사진에는 포승줄에 묶인 채 안대를 착용한 북한 어민 2명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지 않으려고 몸부침치며 저항하다 북쪽에 인계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대통령실은 다음날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사건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사건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대대적 수사에 들어간 검찰이 수사결과를 밝히기도 전에 대통령실이 당시 문재인 정부 조치를 ‘범죄행위’라고 규정해 버리면 ‘코드 수사’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문 정부의 서훈·박지원 두 전 국정원장도 고발된 마당이니 차분히 수사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탈북어민 북송 사건은 두 개의 시선이 충돌한다. 문 정부 쪽은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다 체포된 흉악범의 귀순은 국민정서를 봐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통일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 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현 여권은 탈북민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야 하며, 귀순 의사를 밝혔다면 한국 사법 체계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6명 살해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나포 닷새 만에 북으로 송환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야권은 이번 공세를 국정지지율 추락 지형을 탈피하려는 국면전환용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여권은 ‘남북평화쇼’에 인권이 희생됐다고 규탄하고 있다. 정치색까지 가세한 것이다.

흉악범죄자의 귀순을 어찌할지 국론이 갈릴 판이다. 국제인권단체에서는 인권보호의 원칙에 따라 사법적 절차를 밟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우리의 경우 북한과 범죄인인도협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논쟁이 의미 있으려면 미비한 관렵 법과 제도를 정비해 재발을 막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의 판단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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