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이틀째인 26일, 여야는 경제 분야에서 공방을 벌였다. 특히 법인세 인하, 부동산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세제 개편안을 두고 야당 의원들은 ‘부자 감세’라며 집중 공세를 폈다.
높은 종합부동산세 부담 경감은 지난 대선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세 과세 체계를 단순화하는 것도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를 표방하는 국정 방향에 비춰 합리적 선택이다.
문제는 시장 작동원리와 세제 원칙을 해치지 않으며 정책효과를 낼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22%에서 25%로 올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2%로 되돌리려 한다. 이렇게 해도 여전히 OECD 회원국 평균(21.5%)보다 높다. 투자와 고용을 유발하고, 해외 기업의 한국 투자를 촉진한다는 순기능을 잘 살리면 야당이 우려하는 대기업 특혜론은 기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19 장기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高 환경에서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침체기에는 재정의 역할이 커지는 데 법인세 인하로 세수만 감소하는 국면도 염두에 둬야 한다.
종부세를 주택 수보다 주택 가액 기준으로 매기거나 공제금액을 높이는 방안 등은 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정책들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일수록, 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더 큰 폭으로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내년 5월 9일까지) 양도세 중과 배제 이후 늘어났던 매물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었는데 굳이 서둘러 팔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엇박자 정책’의 전형이다. 이는 낮은 거래세-높은 보유세로 거래는 활성화하면서 불로소득으로 인한 자산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세제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세제 개편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실제 시행된다. 정부와 여당은 긴 시간을 거쳐 이제 막 효과가 나는 정책을 두고 이전 정부 것이라고 마구 뒤집어서는 안 된다. 야당도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세제 정상화를 전면 부인하는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온탕 냉탕을 반복하는 ‘샤워실의 바보’로는 복잡다기한 문제를 풀 수 없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시장에 미칠 영향과 세제 원칙 등을 고려해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