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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빗썸, 과연 미국 괴짜에 팔릴까?
최대주주 美 FTX와 지분매각 협상
2대 주주 동반매각·공동경영 가능
샘뱅크만 매입자금 조달능력 관건
韓美 다른 규제 지배구조 변수될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주 주가가 크게 움직이고 있다. 주주사인 비덴트는 이 사실을 공시까지 했다. 공시 내용 가운데 곱씹어 볼 부분이 많다.

비덴트는 1개월 이내 또는 추후에 구체적인 결정 내용을 재공시하겠다고도 했다. 협상이 상당부분 진행됐음을 시사한 셈이다. 빗썸홀딩스 주주이자 빗썸코리아 주주인 비덴트는 26일 공동매각 또는 우선매수권 행사, 그리고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배구조에 비춰봐 빗썸의 현재 1·2대 주주와 미국 샘 뱅크만-프라이드(SBF)의 삼각협상일 가능성이 크다. 인수자 측의 자금력,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 등 매각이 실현되기까지 봐야 할 변수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빗썸홀딩스 최대주주는 이정훈 빗썸홀딩스 전 의장이지만 2대주주인 강지연 이니셜 대표가 이끄는 비덴트다. 비덴트는 이 전 의장 측이 파는 지분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한을 갖고 있다. 만약 이 전 의장 측이 제시하는 매각 조건을 비덴트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제3자에게 인수 기회가 넘어간다. 이 전 의장 측이 지분을 팔때 같은 조건으로 매각할 수도 있다.

이 전 의장 측은 최소 ‘조’ 단위로 값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강 대표 측이 최근 빗썸코리아 경영권을 위해 자금 확보를 많이 했다지만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

강 대표가 가상자산사업에 계속 관심이 많다면 SBF에 공동경영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의장 측의 빗썸홀딩스 지분은 40.7%로 과반이 되지 않는다. 비덴트 외에 25%의 기타주주도 있다. SBF 입장에서 이 전 의장 측과 비덴트 지분을 모두 사면 경영권을 공고히 할 수 있지만 자금부담이 커진다. 비덴트 조회공시를 보면 이번 매각의 핵심은 이 전 의장 측이 보유한 빗썸홀딩스 지분이다. 한국에 사업 기반이 없는 SBF가 비덴트 측과 공동경영을 선택을 할 수도 있다.

SBF의 자금력도 살필 필요가 있다. SBF가 이끄는 FTX그룹은 올해 공개된 거래금액으로만 17억7300만달러를 지출했다. 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거래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빗썸을 인수하려면 최소 20억달러 이상의 값은 치러야 할 것이란 추정이 많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글로벌 큰손들의 경계가 높아진 상황이다.

SBF는 최근의 가상자산 가격 하락을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그의 영향력을 낮은 비용으로 늘릴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시장 침체에도 빗썸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규제 변수도 있다.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거래 등에 대해서는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로서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치는 경우에도 이 법을 적용한다. SBF가 빗썸을 인수해 미국 등 한국 밖 사업체와 시너지를 내려면 국내법 규제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SBF는 ‘괴짜’ 사업가로 유명하다. 지난해 한때 미국 간판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를 인수하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가 관심을 갖거나 협상한다고 거래가 반드시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빗썸 관련 상장사 투자는 비덴트 관련주들이다. 비덴트가 보유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손에 쥐게 되거나, 빗썸의 경영권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지분 매각이 이뤄진다면 지분율만큼 주주사들이 특별배당 등을 통한 혜택을 볼 수 있다. 공동경영을 택한다면 사업상 시너지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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