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국 경제 기상도의 명암을 가를 첫 지표인 7월 수출입 실적(관세청 집계)에는 ‘희망’과 ‘불안’이 공존한다. 성장 엔진인 수출 실적은 선방을 했지만 암초가 된 무역 적자는 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수출은 607억달러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9.4% 증가했다. 7월로는 역대 최고 실적이다. 21개월 연속 증가 추세도 이어갔다. 무엇보다 6월의 5.2% 증가보다 한층 높은 데다 지난해 7월이 근 30% 가까운 급성장을 했던 때라는 점을 고려하면 호실적 이상의 의미 부여를 해도 될 만하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월별 최고 실적을 기록한 품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미국과 아세안 등 지역적으로도 최고 기록 실적이 쏟아졌다.
문제는 수입이다. 7월 수입이 654억달러에 달해 증가율이 무려 21.8%다. 6월(19.4%)보다 더 높다. 거의 9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에너지 수입가격의 급등이 주 원인이다. 원유 가격이 1년 전보다 40% 이상 올랐고 가스와 석탄은 2배가 넘는 수준으로 뛰었다. 그 결과가 47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다. 무엇보다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지난 1월 적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2, 3월 흑자로 반전되는가 싶더니 4월(-24억7700만달러), 5월(-16억1400만달러), 6월(-25억7500만달러) 3개월 내리 적자다. 1000억달러를 훌쩍 넘는 월별 교역 규모를 고려할 때 20억달러가량의 적자는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7월 들어서는 심각성이 커졌다. 4개월 연속 적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근 14년 만의 일인데 한 달에 50억달러에 육박하는 무역 적자는 쉽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올 상반기 누적 무역 적자가 100억달러 남짓이란 점을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8월 이후다. 여건은 좋지 않다. 우리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곳이 미국과 중국이다. 수출 황금광이던 중국은 올해 들어 만성 적자국이 되어가고 있다. 벌써 몇 달째인데 7월에도 대중국 수출은 2.5%나 줄었고 무역수지도 5억7000만달러 적자다. 미국도 급속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 미국 수출이 지금처럼 좋을 리 만무하다. 에너지 가격은 여전히 고공 행진을 이어간다. 무역수지 적자는 더 눈덩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역 적자는 환율 상승 요인이다. 대개는 수출가격 경쟁력 보강의 효과로 흑자 전환에 도움이 되지만 에너지 수입가 상승이 원인인 지금은 외환 보유액만 줄어들 뿐이다.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만 늘어가는 셈이다. 무역 적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