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8월은 가을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휴가철이어서 움직임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을이사철에 대비해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면서 호가가 움직인다. 그래서 8월부터는 집값도 조금씩 들썩인다.
KB국민은행이 1986년부터 2021년까지 36년간 조사한 서울 월간 아파트값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8월 매매 가격 변동률은 평균 0.83%로, 2월(1.01%)과 9월(0.85%)을 제외하고 12개월 중 세 번째로 컸다. 6월(0.08%), 7월(0.09%)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8월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전세시장은 변화가 더 크다. 6월(-26%)엔 평균 변동률이 마이너스일 정도로 침체됐다가 7월(0.49%) 소폭 오르고, 8월(0.87%)부터 평균 이상으로 뛰기 시작해 9월(1.6%) 본격적으로 상승한다.
올 8월은 더 특별하다. 논란이 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이 7월 31일 이후 시행 2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시장은 ‘이중 가격’이 형성된 상태다. 임대차2법 시행으로 4년간 올리지 못할 것을 고려해 한 번에 올린 신규 계약 건과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5%만 올린 갱신계약 건의 가격 차이가 수억원씩 벌어진 단지가 많다. 임대차2법을 시행한 지 2년이 지난 8월부터 갱신계약 건이 하나 둘 시장에 나와 새로 전세계약을 한다. 대부분 집주인은 이중 가격 상황에서 최소한 벌어진 가격 차이만큼 올리려 할 것이다. ‘전세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근거다. 물론 얼마 전부턴 전세대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다.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올 들어 세입자들이 상승하는 전셋값을 감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월세로 옮기는 선택을 하고 있다. 전세 인상분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도 늘고 있다. 금리인상 효과로 월세를 내는 게 ‘전세대출이자’를 내는 것보다 싸진 환경도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빨라진 월세화가 전세난에 숨통을 터준 셈이다.
부동산 빅데이터기업 아실에 따르면 이달 2일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1573건으로, 7월 마지막 날(3만1958건)보다 385건 줄었다. 경기도 전세도 이 기간 4만3498건에서 4만2922건으로, 576건 감소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전세물건이 줄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7월 중순 이후 전세물건이 감소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건 예사롭지 않다.
8월은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 공급 로드맵’이 발표되는 시기다. 만약 공급대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매매시장엔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량은 크게 줄어든다.
올가을 우려했던 전세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빨라진 월세화로 인한 서민 부담은 심화할 것이다. 집값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뛰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주거 불안은 심화할 것이다.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급등세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정부가 최근 침체된 주택시장 상황에만 집중해 주택 공급 계획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주택시장은 커다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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