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과 친분을 내세우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며칠 전에는 ‘00법사’로 알려진 A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정치권이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A씨가 정부 고위 인사를 만나 지인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내용의 청탁을 했다는 게 그 핵심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사실이라면 용납하기 어려운 국기 문란 행위다.
게다가 A씨와의 친분을 앞세운 인사가 “차기 총선 공천에 도움을 주겠다”며 여권 인사들에게 접근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 지인의 지인까지 등장한 셈이다. 참으로 충격적이고도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불과 석 달째다. 벌써 이런 잡음으로 발목을 잡히면 정권에는 엄청난 부담이며 그 앞날도 지극히 불투명해진다. 권력 주변 세력이 발호하는 것은 암덩어리를 키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리 싹을 확실하게 도려내지 않으면 결국 정권의 존립을 위협하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 친인척과 비선의 이권 개입 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수없이 목격했다. 일일이 적시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런 불행한 전철을 더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아울러 대기업들에 “윤 대통령 부부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도 사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부족해 보인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강력한 형사 처벌도 불사하는 등 더 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 자체 조사를 빌미로 어물쩍 사안을 덮을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아예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정권을 내놔야 할 정도의 감당키 어려운 후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대통령 주변 권력형 비리에 대한 감시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세밀히 점검해보기 바란다.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이 폐지됐으니 대체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아울러 공석이 길어지고 있는 특별감찰관 임명도 속도를 내야 한다.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지만 4촌 이내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폭발성은 누구보다 대통령실도 잘 알 것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단호한 자세를 잃지 않아야 주변 인사들의 비리를 막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