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수장 없어도 정책기조 제대로 반영된 공정위 업무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위원장 공석 상황에서 16일 뒤늦은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다. 차관급인 부위원장(윤수현)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한 것은 공정위 역사상 처음이다. 위원장이 없다지만 일 년의 절반을 훌쩍 넘기고 4분기를 바라보는 시점에 경제 핵심 부처의 업무보고를 더는 미룰 수도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불가피한 일이었던 셈이다.

결론부터 보자면 위원장 부재에도 공정위 업무보고는 윤석열 정부의 기업친화적인 핵심 정책 기조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는 이번 업무보고의 핵심인 공정거래 법 집행 혁신, 자유로운 시장경쟁 촉진, 시장 반칙행위 근절,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 기반 강화, 소비자 상식에 맞는 거래질서 확립 등에서 잘 나타난다.

무엇보다 사건 조사 과정에 ‘이의제기 절차’를 새로 만들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원회 심의와 결정이 내려지기 전 단계에서 공식적인 ‘의견 제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사전에 입장을 표명할 수 있으니 불만은 줄어든다. 행정소송으로 가는 일도 감소할 게 분명하다. 공정위는 또 현행 기업공시제도의 짧은 공시 주기와 낮은 기준금액 등도 개선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공정위는 사외이사 독립경영회사를 ‘특수관계인’에서 제외하고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 유예도 확대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 대금 연동계약서를 활용하고 이를 잘 수행한 원청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사모펀드(PEF) 설립 및 단순 투자, 벤처기업에 대한 재무적 투자 등 경쟁 제한 우려가 적은 M&A(인수·합병)는 신고 면제 또는 신속심사를 확대한다. 이 밖에도 소셜네트워크(SNS) 뒷광고, 거짓 후기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게임아이템, 셀프빨래방, 배달앱, 골프장, 항공마일리지 등에 대한 불공정행위·약관 등을 시정키로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연말까지 법률이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업무보고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공공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특별한 지시라기보다는 보고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강하다. 향후 실행과 성과는 공정위의 과제다.

그럼에도 공정위원장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돼선 안 된다. 새 부대에 담기 위해 새 술을 감추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타 부처와의 공조 내지는 조정이 필요한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 당장 플랫폼사업자의 갑질로부터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도 방송통신위원회와의 조율이 필요하지 않은가.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