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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특별감찰관 임명,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절차 착수하라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행보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임명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 정작 절차 착수는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부터 모호하기 짝이 없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22일 “민주당은 지난 5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데 사과하고 조속히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지명 절차와 동시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잘못과 현 정부의 제도 유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거기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지명을 연계하는 것은 더 뜬금없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역시 필요한 것이지만 특별감찰관과 연결 지을 사안은 아니다. 만에 하나 특별감찰관 임명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면 심각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의 소극적 의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에서 임명 요청 공문이 오면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책임 회피성 언급일 뿐 국회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거대 야당의 자세라 할 수 없다. 지난 정부 5년간 임명을 미루다 이제 와 촉구하려니 계면쩍은 생각도 들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별감찰관 임명의 당위성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나 4촌 이내 친족 등의 비위행위를 집중 감찰한다. 특히 취임 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특별감찰관 임명이 더욱 절실하다. 지금 대통령 주변에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사적 채용’ 논란에서부터 ‘관저 공사 수의계약’ 의혹, 심지어 무속인이 이권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이런 의혹들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국정 운영의 동력 상실마저 우려될 수 있다. 그 해법이 특별감찰관 임명인 셈이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특별감찰관을 두는 게 정부와 여당에 더 이익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는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더 미룰 이유도, 명분도 없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자신은 물론 주변 관리에도 더 엄격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국회에 그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국회도 사족 달지 말고 절차에 속히 착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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