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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교 30년 한·중, 경제·안보 전환기 상생 해법 찾아야

한국과 중국이 수교 30년을 맞았다. 탈냉전 시대·세계화 물결에 올라탄 양국은 1992년 8월 24일 ‘한중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한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첫 번째 수교국이었던 대만과 단교하는 부담을 무릅쓰고 추진한 북방정책의 결실이었고 중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과감하게 도입한 개혁개방정책의 일환이기도 했다.

수교 이후 양국은 서로 최대 교역국이자 성장동력이 됐다. 수교 당시 64억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액은 지난해 3015억달러로, 50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629억1300만달러(약 218조7000억원)로, 한중 수교 직전 해인 1991년의 10억300만달러 대비 162.4배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718억8000만달러에서 6444억달러로, 9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도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첨단 기술과 자본력을 가진 한국과의 교류가 밑받침이 됐다.

한중 관계는 2016년 2월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사드 이전에는 협력동반자 관계(김대중 정부),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노무현 정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명박 정부)로 에스컬레이트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자유민주주의 진영 지도자 중 유일하게 천안문 망루에 올라 한중 간 밀월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취임 2년째인 2014년 7월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미군의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한국관광 차단 등 중국은 경제 보복을 노골화했다. 최근엔 ‘사드 3불’에 더해 1한(사드 운용 제한)까지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판이다.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칩 4의 참여도 고민거리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의 유지도 쉽지 않다.

미-중 패권경쟁 등 외생발 변수로 변곡점을 맞은 한중 관계는 이제 새로운 상생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서 블록화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기에는 무엇보다 국익 우선의 실용적 접근이 요구된다. 중국이 갖지 못한 것을 한국이 가지고 있을 때 교섭력은 커지고 호혜적 관계는 이어진다. 북한을 끼고 있는 한중은 숙명적 관계다.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더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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