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비극은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의 재판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생명의 끈을 스스로 놓아버린 점이 그렇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복지 시스템을 전면 개선했다고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달라진 것은 결국 없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은 제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더 촘촘하게 손 봐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음인 셈이다.
수원 세 모녀 비극은 우리의 복지망에 여전히 구멍이 숭숭 뚫렸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복지 사각을 해소하겠다며 도입된 게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이다. 수급자 선정이나 부양 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복지 접근 문턱을 크게 낮췄다. 또 복지 대상자 발굴을 위한 관련 기관 간 정보 공유 시스템도 강화했다. 단전, 단수, 가스 공급 중단, 건강보험료 체납 등 해당 공공기관의 34개 정보를 활용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집중 관리하는 방식이다. 제도 자체를 흠잡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도를 적용하는 과정에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수원 비극이 그 단적인 예다.
수원 세 모녀는 오랜 기간 암 등 난치병과 생활고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월 1만원대에 불과한 건강보험료를 16개월이나 연체할 정도였지만 현 거주지에 전입 신고가 되지 않아 누구도 이들의 사정을 알 수 없었다. 채무 등의 문제로 이들처럼 숨어들면 일일이 찾아내 복지 제도권 속으로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이번에도 원래 살던 화성시 관할 주민센터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직원이 방문을 했지만 실제 거주를 하지 않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추적 확인 등 더 적극적인 조치가 부족했던 건 사실이나 현행 제도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비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특단의 조치’를 약속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핫라인’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촘촘한 복지망 확충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제도 보완만으로 부족하다. 송파 비극 이후 수원 세 모녀 사건 사이에도 증평 모녀 비극 등 유사한 사건은 헤아릴 없을 만큼 빈번했다. 결국 주변의 관심이 그나마 되풀이되는 비극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전담인력 한 사람이 수백가구씩 담당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튼튼한 제도도 빈틈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관련 공무원을 늘릴 수도 없는 일이다. 이웃이 조금만 더 애정과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특히 종교와 사회단체 등 민간이 동참해 그 조직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