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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비상의 민생정치,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苦言)

한국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내각제를 하는 독일에서는 대통령과 연방총리가 영리하게(?) 대내적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정서를, 총리는 국정을 책임지는 활동을 한다. 국민이 아파하는 곳에 대통령이 찾아가 의견을 듣고 위로도 한다. 때에 따라 연설을 통해 의견을 내기도 한다. 방향은 국민과 사회의 통합과 화합이다. 연전에 이전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행보를 주문한 적이 있는데 실제 그런 행보를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는 통합보다는 특정 편을 드는 행보를 보였다. 그럴 바엔 안 하는 게 나았다.

독일과 달리 우리의 대통령은 국정과 국민정서를 책임지는 두 가지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 문화에서의 대통령의 운명이다. 현 상황에서 국정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임무는 비상 상황을 전제로 국정을 총괄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은 정상적 일상을 느낄 수 있다. 대통령이 법치주의 수호자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한 법치가 일상에서 느껴지게 해야 한다. 각종 유력 단체와 조직, 일상적 도로의 플래카드에서도 법치가 적용되는 것을 보고 싶다.

비상시라면 출근은 새벽에, 퇴근은 심야에 해도 된다. 새벽과 밤에 참모, 각료들과 수시로 회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무회의에 총리와 장관, 참모를 거느리고 들어가서 원고를 읽으며 훈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럴 거면 청와대의 국무회의 모습이 더 오리지널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자료를 들고 그들과 논의하는 모습으로 회의에 들어가며, 국무위원들과 격론해야 한다. 비상시라면 대통령의 휴가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필요했다면 그 시간을 경제적 이유로 휴가를 가지 못하고, 문화와 예술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얘기를 듣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 국민정서를 살피는 임무는 그러한 때가 적기다. 말은 아끼고 행동은 소탈하게, 이것이 국민정서를 돌보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장관들은 ‘윤핵관’이 무색하게 국핵관(국정 핵심 관계자)이 돼야 한다. 대통령 뒤로 숨어 존재도 모르는 무명 장관, 부처의 실국 담당자처럼 일하는 실국장 장관, 늘공 장관은 있을 필요가 없다. 부처의 최종 책임자로서 행정을 추진하고 대통령과 격론도 벌일 수 있어야 하지만 대통령을 지킬 수도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더욱 그렇다. 참모들은 대통령의 국정을 최전방에서 보좌하는 전방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대통령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대통령과 국정의 일상도 없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생정치란 정해진 답이 없다. 그중 경제가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전(前)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제는 ‘소비주도성장’정책이었다. 그렇기에 잘못된 것이다. 소비에 의존한 성장은 성공할 확률이 적고, 성공하더라도 지속되기는 더 어렵다. 특히 생산주도형 우리 경제구조를 소비주도로 급선회하는 것은 이미 시장 실패 가능성을 안고 있었고, 결과도 그랬다. 그 부채를 떠안은 이번 정부는 민생과 경제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면돌파가 답이다. 소비를 생산으로 바꾸는 정책을 펼치고, 유동성을 선별 조절하며, 근로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 그것에 민생과 윤 정부의 사활이 달려 있다.

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교수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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