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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산으로 가는 예대금리차 공시 효과, 취지 돌아봐야

예대금리 차 공시 효과가 의심스럽다.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겉으로는 그럴듯한데 실속은 의문이다.

예대금리차 공시는 대통령 공약이다.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막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공시를 통해 마진이 공개되면 은행 간 대출금리 인하경쟁이 생길 것으로 봤다. 관치금융이라는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금리상승기에 금융소비자들은 이자 부담 증가로 고통받는데 역대 최대 이익에 성과급잔치까지 벌이는 은행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더 힘을 얻었다.

일단 외형상 효과는 성공적이다. 지난 22일 공시가 이뤄진 후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 신용대출상품 금리를 0.3∼0.5%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은행도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도 하루 이틀 발표만 늦을 뿐 치열한 대출금리 인하 경쟁 중이다.

은행들은 반대로 수신금리는 인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은행들은 곧바로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바로 다음날부터 올리고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시작한다. 인상폭도 0.3~0.5%나 된다. 적금 최고 금리가 5%를 넘는 상품도 나왔다.

은행이 “받는 이자는 줄이고 주는 이자는 늘리겠다”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떠밀려서든, 자율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로서는 마냥 손뼉 칠 일도 아니다. 여유자금 없는 서민에게 예·적금 금리인상은 남의 나라 얘기다. 부자들의 이자수익만 늘어난다. 게다가 은행의 수신원가가 높아지는 건 조달비용의 증가다. 당연히 대출금리 상승의 요인이 된다. 결국은 돌고 돌아 제자리이고 애먼 서민의 등골만 더 휜다.

사실 예대금리차 순위는 큰 의미 없다. 지금은 낙인효과 때문에 대출금리 인하경쟁 중이지만 아마도 매달 순위가 바뀌면 별 관심을 끌지도 못하게 될 게 분명하다. 심지어 은행 간 격차도 미미하다. 대출특성을 반영하지도 못한다. 인터넷은행의 마진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다. 리스크가 큰 저신용 중금리 대상의 대출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다. 돈이 급한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금리보다 대출 가능성이다.

금융당국과 은행 모두 애초의 취지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예대마진의 폭이다. 폭리는 안 되지만 일정 수익은 은행 경영의 기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인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은 더는 개입을 멈추고 은행들은 공익적 취약계층 지원금융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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