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위산업이 진격하고 있다. 세계 무기시장의 추이를 분석해온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리 방산은 8위다. 부동의 1위는 미국으로 세계 시장의 39%를 차지하며, 2위는 냉전시절부터 미국의 호적수인 러시아가 19%다. 3위는 은근히 뛰어난 영업능력을 자랑하는 프랑스로, 11%다.
우리의 세계 방산 점유율은 2.8%다. 10위 이스라엘(2.4%)이나 9위 스페인(2.5%)보다 높고, 7위 영국(2.9%)이나 6위 이탈리아(3.1%)와 비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5위인 독일(4.5%)이나 4위인 중국(4.6%)의 점유율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올해 초부터 호주, 이집트 수출에 이어 대박이 터졌다. 바로 폴란드가 K-방산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폴란드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 할 실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전선을 지켜야만 하는 폴란드는 갑작스러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국 장비를 우크라이나로 보내야만 했다. 전달할 장비는 대부분 구소련제로, 어차피 폴란드로서는 정리해야 할 악성 재고였다. 문제는 장비 이전 후에 생길 전력 공백이다. 우선 일선에 투입할 무기는 수입으로 빨리 도입하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면허 생산을 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다. 특히 2~3년 내에 모양을 갖추는 것은 더욱 큰 난제다. 오직 우리 방산이 이 요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최소 20조 규모의 방산수출이 예상된다.
과거 세계 시장에서 한국제는 가성비의 상징이었다. 무기에서도 산업 수준은 그대로 반영됐다. 초기 방산 수출은 피복 장구류나 탄약, 소화기 등 가성비 위주였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삼성과 LG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인정하며, 현대기아차는 세계 5위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위협에 부단히 대응하면서 우리 방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무기를 개발하며 KF-21 같은 스텔스전투기까지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최고가 아니면 문턱조차 넘기 힘든 유럽 시장에서 빅딜에 성공했다. 미국의 방산업계를 추월하긴 힘들어도 최소한 유럽 방산기업들에 대한 경쟁력은 갖추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방위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 목표는 무려 세계 4위다. 기술강자 독일과 저가 모방품시장을 싹쓸이하는 중국까지 이겨야 한다. 비록 이번 폴란드 방산 수출의 성과만으로도 세계 5위권에 진입하지만 시장을 굳히는 전략이 중요하다. 무기 체계는 오직 국가만이 고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무기만 잘 만든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국력과 외교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이번에 폴란드 수출 성공도 NATO 외교의 성과가 더해진 덕도 적지 않다. 프랑스가 세계 방산점유율 3위라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무기 자체도 우수하지만 전군 20만명 가운데 3만명 이상을 해외 파병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 정부의 안보목표인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가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국방이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에 기여하면서 활약한다면 4대 방산강국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방산리더십이 중요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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