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와 경제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예전부터 걱정해오던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봐야 한다.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부모들은 자녀가 한 명 또는 많아야 두 명이다. 세 명 이상의 자녀와 길을 나서는 부모와 마주치는 경우가 어렵다는 표현과 나라에서 상을 줘야 한다는 분도 계실 정도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는 한 반에 20명 이하로 감소한 상황이며 현재 추세라면 더욱더 감소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태어나서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니고 이후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군대, 취업, 결혼, 출산 등을 하게 되며 자녀보육과 교육 후 노후로 들어가는 생애주기를 거친다.
이미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1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으며 100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업, 군대, 학교 등 모두 인구감소에 대비해 각종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OECD 주요국과 수치 비교를 하는 것보다 왜 출산율이 낮아지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경제적인 성장에 비해 사회적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결혼하는 연령이 점점 올라가거나 결혼을 아예 하지 않는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 첫아이를 낳는 것도 힘들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매우 적은 예산이 몇 년 전부터 지원되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개인적인 문제, 취업이나 주택 가격 상승과도 연결돼 있다. 취업은 여전히 힘들며 취업하더라도 세금은 세금대로 걷어간다. 그리고 남은 처분 가능한 소득으로 먹고살기도 힘든데 집을 사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결혼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상승해 부부가 벌어서 안 먹고 안 써도 20년 이상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부모와 같은 길을 가라고 아이를 낳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한 자녀도 낳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일단 정상화돼야 하고, 소득 상관 없이 주택청약 등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벌면 당연히 소득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세금을 내고 있고 자녀가 있는 해외 거주자의 청약요건도 아예 삭제하고 제대로 청약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이를 낳아본 부부는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임신하는 경우에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유연하게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어야 하고, 여성이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출산이나 육아휴직을 하면 자리가 없어지는 그런 케케묵은 사회가 되지 않게 지원해야 한다. 요즘에 남편도 육아와 가사에 적극 참여한다. 최근에 남편의 육아휴직이 있지만 아직 많이 쓰이지 못하고 있다. 남편에게도 일하는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부분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자라게 되면 교육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게 된다. 지금도 교육예산이 많은 상황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 교육도 힘든데 교육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가족 기준이 4인 기준이다. 숙소를 예약할 때도 대부분 4인이다. 5인은 방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하더라도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미국의 경우 버스전용차로는 주마다 다르지만 2인 또는 3인 이상이 타기만 하면 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9인 이상 자동차에 타고 있는 인원이 6인이 넘어야 한다. 9인 이상 자동차를 구매하고 부부와 아이 4명이 타야 한다. 아이가 있으면 3인 이상으로 해야 한다. 누군가는 “아이 많은 게 자랑이고 벼슬이냐”라고 물을 수 있다. 당연히 벼슬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 많은 것이 자랑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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