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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尹정부 첫 예산 재정건전성 기하되 ‘약자 복지’ 촘촘해야

윤석열 정부가 첫 예산안을 639조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이어진 사업 24조원을 삭감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 대비 내년 예산안의 지출 증가율은 5.2%로, 문재인 정부 5년 평균 증가율 8.7%의 절반 가까이로 낮췄다. 이듬해 본예산 총지출이 전년 전체 지출보다 줄어든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2026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50% 중반 이내로 관리해 문재인 정부 계획보다 7.4%포인트 축소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로드맵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의 복귀, 재정적자 3% 이내 억제 등 재정준칙도 첫발을 떼게 됐다.

지금 우리 정부의 재정 상황은 심각하다. 성장보다 분배에 더 골몰한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한 씀씀이가 커진 데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 대선과 지방선거의 포퓰리즘이 더해지면서 보편적 복지지출이 역대급으로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연평균 8.7%에 달하는 확장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600조원대에 머물던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국가채무비율은 36%대에서 50%대로 뛰었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세입은 줄어드는데 복지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나라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면 예기치 못한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돌파할 에너지를 상실하게 된다.

정부가 법인세 감세를 통한 투자활성화에 나서면서 내년 국세감면액이 69조1000억원에 이른다. 반도체 1조원, 핵심전략기술 4조9000억원 등 민간 주도 경제 구현을 위해 28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현재 82만원 수준인 병장 봉급이 130만원으로 늘어나고 오는 2025년까지 200만원 수준까지 인상히기로 했다. 영아 부모급여를 월 70만원씩 지급하고 저소득층 안전망 구축에 31조6000억원 등 행복한 사회구현에 9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짜는 건 가야 할 방향이다.

잠재성장률 하락 국면에서 건정재정을 기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진 사회적 약자를 챙기고 기업 지원을 늘리는 상호 모순되는 일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대선공약이라고 해도 불요불급한 지출, 선심성 예산은 과감히 쳐내야 한다. 궁극적 해결책은 기업의 생산성 제고밖에 없다.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면서 세수를 늘려야 나라 곳간을 튼실히 채워 윤석열 정부가 표방한 ‘약자와의 동행’을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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