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전국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팩트다. 자고 나면 무섭게 올라 ‘영끌매수’를 부추겼던 것이 불과 1년 전 일인데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날 것의 반응으로 ‘영끌족들 망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재작년~작년 상승기 때 집을 사지 않았거나 인구감소에 따른 주택 공급 초과를 주장했던 지인들은 ‘내 말이 맞았다’며 슬며시 웃음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남의 고통이 곧 나의 즐거움이 되는 경우를 뺀다면 실제로 집값 하락으로 인해 득을 보는 이는 거의 없다.
먼저 집값이 2억, 3억, 4억원씩 떨어지고 있지만 ‘유의미하게’ 떨어진 값은 아니다. 그동안 집을 못 샀던 무주택자들이 살 수 있게 돼야 집값 하락의 순기능이 발현된 것일 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가 지난달 20억8000만원(18층)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 24억5000만원보다 4억원 가까이 떨어진 값이며 올해 잠실 주요 단지 전용 84㎡ 최저가다. 그러나 그동안 4억원이 모자라 잠실 아파트를 못 샀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까지 올랐다.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나오는 보금자리론 금리도 4%대다. 2%대였던 때와 비교하면 부담이 배가 됐다. 가격이 낮은 주택을 구매할 이들의 근로소득은 예년이나 올해나 비슷한데 금리가 두 배가 되니 매달 원리금을 상환할 여력이 없다. 집값이 내려도 부담은 비슷하다는 의미다.
무주택자 또한 다르지 않다. 전세 대출금리도 지난 7월부터 금리 상단이 5%대 후반~6%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금리가 너무 비싸 월세로 몰려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눌려있는 것 뿐이지, 주거비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갱신계약 중 전세에서 월세로 계약을 변경한 경우의 평균 임대료 상승률은 21.4%로 나타났다.
영끌족들의 눈물은 현재진행형이다. ‘손절’ 않고 보유한다고 해도 최고가일 때 대출을 받았기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 예컨대 9억원에 샀던 집이 6억원이 돼도 갚아야 할 돈은 3억원이 더 많으니 박탈감이 크다.
공인중개사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8557건으로, 지난해 동기(3만513건)의 3분의 1 미만이다. 폐업 증가는 물론 경기 불황일 때도 늘어난다던 공인중개사 개업도 줄었다. 2분기 서울 개업자 수는 전분기 대비 3226명 감소한 2만7346명이다.
기뻐할 이가 있다면 그건 오직 정부일 것 같다. ‘맹탕’ 수준으로 평가받은 8.16 대책(국민주거안정실현방안)에도 정부는 전 정권이 못했던 ‘집값을 잡았다’며 체면을 차린다.
이틀 뒤 추석, 모처럼 거리두기가 풀려 가족들이 모여앉는다. 민심은 늘 무섭도록 정직하다. 추석이 지난 뒤에도 정부는 웃을 수 있을까. 상황이 심각하다. 보다 구체화된 정부 대책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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