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8월 향후 5년간 주택 270만호를 공급하는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주택공급에 변화가 있을까 염려하면서 기다리던 공급대책이었다. 경기침체 예상과 금리상승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량의 공급계획이 맞는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편에선 지난해까지 영끌 등으로 점철된 주택투자 열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힘들고, 높은 분양가와 가격하락 기대심리 등으로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게다가 청년층, 무주택자 등의 주거환경 개선은 요원한 상태이며, 주택 가격은 너무 높고 청약 가능한 주택 공급은 너무 적다고 불만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주거취약계층에 필요한 주택은 담대하게, 실수요자가 부담 가능한 주택은 유연하게 적시적소에 공급하는 조치는 적절해 보인다.
이번 발표는 과거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다. 공급 대부분을 국민이 선호하는 민간 공급을 통해 실현한다는 것과 후보지 지정을 주민이 원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향 추진한다는 점이다. 도심 역세권 등 수요가 많은 입지에 공급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 외곽 택지개발에서 기존 시가지 정비로의 방향 전환을 의미하며 도시재정비, 도시재생 등 법적 근거가 다른 사업이 상호보완적으로 연계, 추진돼야 하기에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그중에서 주 관심 대상은 신속통합기획 정비 방식과 재건축부담금이다. 이러한 정비 방식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의 노후 주거지에 신규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재건축부담금 등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촉진한다는 내용이다. 제안된 신속통합기획 방식은 사업기간을 줄이고 관련 심의도 단순화하며, 민간도 공공과 유사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크게 환영하는 조치다. 다만 기존 시가지에서의 정비는 토지 등 소유권 관련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세입자 등의 의견도 반영해야 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민간지원을 위한 법제화도 진행돼야 한다. 제안된 사전 컨설팅작업을 간과하면 주민동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추진 주체가 별도로 필요하다.
또한 재건축부담금 완화는 기존 시가지 정비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다. 개발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고 사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하는 점도 수긍한다. 하지만 토지 등 소유자는 엄청난 부담금을 지불하면서 입주하는데 일반분양자는 저렴하게 주택을 수급받는 형평성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완화가 필요하다. 특히 1주택 장기보유자, 고령자 등이 자금조달에 대한 어려움이 없도록 예전처럼 대형 평수 한 채 분양보다는 소형 평수 2개 분양이 허용되게 세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주거안정 실현방안에는 실수요자, 청소년 및 신혼부부 외에도 반지하 거주민 등을 위한 공급물량이 실제로 배분될 수 있도록 주거취약계층 수요 추정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발표된 지역별·시기별 주택공급계획에 공급계층별 수요까지 다차원적으로 반영해 실수요자와 주거취약계층의 근심이 최소화되는 시공간을 기대해 본다.
박환용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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