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고용호황 반갑지만 임금상승 압력 우려된다

8월에도 고용훈풍이 이어졌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 동향’의 모든 수치는 역대급이다. 그것으로만 보면 이상할 정도로 좋은 고용시장이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속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은 여전하다.

일단 8월의 취업자 수는 2841만명으로, 1년 전보다 80만7000명 증가했다. 고용률(62.8%)도 1.6%포인트 높아졌다. 당연히 실업자 수도 61만5000명으로 12만9000명 감소했고, 실업률(2.1%) 역시 0.5%포인트 떨어졌다. 완전고용 그 이상이다. 대부분 역사상 처음 보는 역대급 수치들이다.

취업자 증가폭이 3개월째 둔화됐다고 하지만 5월 93만명, 6월 84만명, 7월 82만명에 8월에도 80만명이나 늘어났다면 횡보로 볼 일이지, 걱정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우려되는 건 취업자 증가폭의 둔화가 아니라 점점 더 ‘노인에게 일 권하는 사회’가 돼간다는 점이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노인이다. 80만명 중 45만명이 환갑을 넘긴 이들이다. 심지어 그중 3분의 1은 70세 이상이다. 노인 인구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은퇴하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이 더 큰 이유다.

그 와중에 40대의 취업자 수는 감소했다. 전 연령대에서 증가하는데 40대만 고용빈곤이다. 지난달엔 8000명이 줄었다. 가장 숙련도가 높고 고효율인 중장년 근로자 세대의 이런 비극은 고용시장을 건강하게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상황이 이쯤 되니 통계청도 전망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고 전망은 연구기관의 몫”이라고 피해가기 바쁘다.

하지만 설설 끓는 고용 동향에도 불안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과열에서 저체온으로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서 가장 위험한 게 부동산에서 자주 보는 냉온탕 현상이다. 지금 경기하강의 기미는 셀 수도 없다. 대한상의가 15일 발표한 지난 2분기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계절조정 전년 동기비)은 18.0%로, 26년 만에 최고다. 게다가 최근 4개 분기 연속 상승이다. 결과는 분명하다. 창고에 물건이 쌓이면 기업들은 생산 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곧 식을지 몰라 걱정인데 지금은 부작용까지 우려된다. 안 그래도 고물가인데 일손 부족이 임금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그것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식이다. 악순환이 된다는 얘기다. 이미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 할 사람 없어 생산에 차질을 빚는 중소기업이 하나 둘인가.

수치상 고용 호황이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그래야 물가를 잡고 서민의 고통도 줄일 수 있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