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9일 ‘2022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급격한 고령화와 이에 따른 재정지출에 대응하기 위해 2035년 65세로 예정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도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이고, 국회에서도 개혁특위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OECD의 권고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역대 정부마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금액을 늘리려고만 했다는 점에서 OECD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빈곤 노인의 소득을 조금이라도 보충해줄 목적으로 1998년 경로연금이 만들어졌고, 2007년 노무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 당시 노인빈곤 완화를 위한 기초노령연금이 법제화됐다. 월 10만원 수준으로 탄생한 기초노령연금은 박근혜 정부에서 20만원으로 ‘더블링’되었고 이때 노인 인구 70% 지급도 확정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월 30만원 수준으로 또 높아졌다. 현 윤석열 정부는 10만원을 더 얹어 40만원 인상을 약속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회 권력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65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부부가 같이 받을 경우 20% 감액하는 제도 폐지 등도 공언하고 있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할 경우 올해 21조원인 소요 예산이 2030년에는 약 52조원, 10년 뒤인 2040년에는 약 102조원으로 배가된다. 206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3.8%인 243조3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628만명에서 2030년에는 914만명, 2050년에는 1330만명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발의대로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것이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가 70%까지 늘어났음에도 노인빈곤율이 충분히 하락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20년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은 38.9%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에 있다. 40% 중반대의 빈곤율에서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OECD 평균 20%에 비하면 거의 2배가량 높다. 보다 선별적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재정 부담을 덜고 저소득 고령층에게 더 많은 기초연금을 줄 수 있는 길이라는 OECD의 진단은 그래서 흘려들을 수 없다. 기초연금은 원래 취지대로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