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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비속어’ 파문, 윤대통령이 직접 진상 밝히고 정쟁 접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기간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이 연일 확산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의 어설픈 해명성 언급이 그 도화선이 돼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한 유체이탈 화법부터가 잘못됐다. 물론 여기 말한 진상조사는 방송사의 보도 과정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사람은 윤 대통령 자신이다. 보도 경위를 조사할 게 아니라 정확한 발언 내용과 취지가 무엇인지 본인이 스스로 밝히면 그만이다. 그리고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왜 다른지 설명하고, 맞는다면 사과와 함께 유감을 표명하는 게 국가 지도자의 올바른 처신이다. 소모적인 정쟁을 중단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서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기회를 또 놓치고 말았다.

더 적절치 못한 것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유엔이라는 정상 외교 공간에서의 대통령 품격 문제다. ‘동맹 훼손’을 들이대며 그 본질을 비껴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본질은 제쳐둔 채 방송사의 보도를 ‘허위’로 단정지으며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진실을 은폐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이란 비판을 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파장이 좀처럼 끊이지 않는 것은 주변의 소음으로 정확한 발언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탓이 크다. 게다가 앞뒤 맞지 않는 대통령실과 여권의 해명이 나올 때마다 파장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판이다. 이제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윤 대통령이 다시 나서야 한다. 발언의 진상을 직접 밝히고 경솔했던 부분은 깨끗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이 상황을 끝내야 한다. 야당도 이를 받아들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 통큰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훌쩍 넘어가고 외환 위기에 버금가는 경제난이 우려될 정도로 우리 경제는 최악의 국면에 봉착해 있다. 고금리에 물가고까지 겹치면서 민생은 파탄 직전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도 될까 말까 한데 언제까지 비생산적 논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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