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취임한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사전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고 찬성이 많은 신촌상인회 등의 의견을 근거로 서울시에 대중교통전용지구의 폐지를 건의했다고 한다. 주말에 실시되던 연세로 ‘차없는 거리’는 경찰의 규제 심의를 통과해 조만간 ‘차 있는 거리’로 전환한다고 한다. 이런 서대문구청장의 행보에 대해 연세대와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도 상당히 많이 제기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이전 연세로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왕복 4차로에 불과한 도로에 차량은 항상 정체돼 있고 분전함과 노점상, 가로등으로 걷기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거리였다. 다만 보행로에 심어진 은행나무가 노랗게 단풍이 들 때면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2011년 당시 서대무구청장은 연세로 교통개선방안에 대해 검토를 지시하고, 대구시에서 시행하고 있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만들어 보행자 중심 도로로 전환하자는 정책대안을 서울시와 합의해 추진했다. 하지만 주민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상인의 경우 찬성과 반대 속에서 쇠퇴하고 있던 신촌상권을 살리는 방안의 하나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추진 쪽으로 모을 수 있었다. 특히 신촌 상권의 중심에 있는 백화점 방문차량의 진출입을 용이하게 하는 교통개선계획을 마련해 수차례 협상한 결과,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연세로 보도 위 노점상이었다. 일부에서는 노점상을 전면 금지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일부 노점상을 허용하되, 노점상 규모를 제한하고 미관을 고려해 노점을 구에서 직접 제작, 임대하는 형식으로 추진했다.
노점 수를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도 상당히 어려운 과제였다. 일부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일부는 재산 조회 등을 통해 노점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구와 노점상이 합의할 수 있었다.
세 번째 문제는 한전의 분전함이 됐다. 이전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기에 구에서 이를 분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고, 시에서도 분담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한전 역시 처음에는 자사 사업이 아니기에 전액 부담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여러 번의 논의를 거쳐 비용 부담 규정에 대한 재해석과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한전의 이해를 얻어 추후 재이전 시에는 시나 구에서 비용을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한전에서 전액 부담해 이전하기로 했다.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진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할까? 탄소저감과 인간 중심 도시를 위해 차량보다는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를 개편하는 뉴욕이나 파리와 같은 외국 사례들은 별개로 하더라도 서대문구에서 폐지 이유로 드는 일반차량의 통행이 상권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연세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과거 차량이 통행하던 시대에도 신촌의 상권은 계속 쇠퇴의 길을 걸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후 상인이 만족할 만한 활성화는 아니더라도 더 이상의 쇠락은 막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가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로 상권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렵게 만들어 놓은 보행자 중심의 도로를 없애는 시대역행적인 행위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잃는 처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
고홍석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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