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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집 팔아도 빚 못 갚는 38만가구, 취약차주 선제대응해야

금융사에서 빚을 낸 38만가구는 보유한 집을 팔아도 빚을 다 못 갚거나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쏟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 대비 부채비율·DTA 100% 초과) 차주를 ‘고위험’ 가구로 분류한다. 지난해 말 기준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000가구로, 이들의 빚은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집계는 그나마 9개월 전 것이어서 올해 들어 이뤄진 가파른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을 반영하면 고위험 대출자나 취약차주의 부실위험은 더 커졌을 것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0%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000억원 늘어나며, 이 이자 증가분 가운데 3000억원은 취약차주가 감당할 몫이 된다고 한다. 한은은 미국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다섯 차례 금리를 올려 지난해 1%였던 기준금리를 2.5%까지 높였다. 10, 11월의 두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3%대의 기준금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7%를 넘는 건 시간문제다. 이처럼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고위험 또는 취약대출자들의 이자부담과 부실위험은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이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지고, 이는 실물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집값 역시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5월부터 22주 연속 하락세다. 서울은 고점보다 20~30% 값이 내려간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이 지난 6월 말 대비 20% 정도 하락하면 대출자가 보유자산으로 부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와 취약차주에는 코로나 사태를 견뎌온 자영업·소상공인, ‘미친 집값’에 ‘영끌’로 내집 마련에 나선 젊은 층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안 그래도 무거운 이들의 채무에 납덩이가 얹혔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지원은 경계해야 하지만 갑자기 어려워진 취약차주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배려는 우리 사회가 져야 할 책무다. 변동금리와 고금리를 고정금리와 저금리로 갈아타게 하는 안심전환대출, 채무상환 연장·유예 등 가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동원해 부채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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