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위기가 갈수록 고조되는 모습이다. 북한은 10일 언론을 통해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이 진행됐다고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미국 항공모함의 한반도 인근 진입과 한미 합동 연합해상훈련, 한미일 대잠수함훈련 등에 맞서는 차원이라고 그 이유도 분명히 했다. 언제 어디서든 대응할 수 있는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고루 발사했다. 미국령 괌까지 날아가는 IRBM을 쏘는가 하면, 지난 6일에는 초대형 방사포로 남쪽 주요 군사지휘시설을 겨냥한 타격훈련도 실시했다.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국방부·합동참모본부, 충남 계룡대(육해공군 본부) 등이 그 대상으로, “적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라고 위협했다. 지난달 25일에는 평북 태천 인근 저수지 수중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북한의 보도대로라면 핵 도발 시 원점 타격이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화는 없다”는 주장도 잊지 않았다.
국가의 안보가 이렇듯 ‘바람 앞의 등불’ 위기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딴나라에 와 있는 듯하다.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안보와 민생 걱정은커녕 연일 막말과 욕설, 고성 일색이다. 여당 대표를 지낸 인사가 “혀를 깨물고 죽자”라고 하지 않나, “버르장머리가 없다”거나 “개나 줘버려”등의 막말이 경쟁하듯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안위는 고사하고 국민 대표로서의 최소한의 권위와 품격도 갖추지 못한 저질 정치에 국민은 몸서리가 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동해 연합군사훈련을 두고 “극단적인 친일행위, 극단적인 친일 국방”이라고 주장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의힘은 즉각 ‘죽창가의 변주곡’이라고 비난했고, 이 대표는 또다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이 대표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지지층 결집 차원이겠지만 이 엄중한 시기에 ‘친일’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안보위기와 함께 고물가에 고환율, 고금리로 민생과 경제까지 외환위기 수준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야말로 초국가적 위기다. 소모적 정쟁으로 시간을 허송할 수는 없는 일이다. 위기탈출구를 찾기 위한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