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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인생의 즐거움

대학별로 축제가 한창인 요즘이다. 오전 수업 시작에 앞서 출석을 부르며 처음 맞는 축제는 잘 즐기고 있는지, 이제 대학 생활이 실감 나는지 등을 물으며 분위기를 띄우다 문득 요즘 대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와 그들이 여가시간을 주로 무엇으로 채우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때마침 일주일 간격으로 있는 연휴기간에 무엇을 하며 보내는지 물었더니 학생 대부분은 “잠을 잔다”고 대답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렇게 날씨 좋은 계절에 그것도 황금 같은 연휴에 잠이라니.... 물론 갑자기 바뀐 전면 대면수업에 날마다 아침 일찍 등교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잠도 꽤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수면 이외의 활동에 대해, 더 정확히는 ‘연휴를 기다리게 만드는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번에도 예상외의 답변이 필자를 몇 초간 생각에 잠기게 했다. “잠을 자는 것 아니고서는 아르바이트하러 가요”라는 답에 순간 ‘여가시간’의 의미가 그새 달라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며 놀아요”라고만 했어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졌을 텐데 그들에게 수업이라는 의무적인 활동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의 대부분이 잠을 자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데에 할애된다고 하니 씁쓸한 기분만 남았다.

그 이후로 학생들과의 개인 면담시간 말미에 공통 질문으로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즐거운 일은 무엇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특별히 즐거운 일도, 그렇다고 머리 아프게 고민되는 것도 없다고 했다. 처음엔 필자의 상담력이 부족해 그러한 답변이 나오는 줄 알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답은 여전했다. 가끔 골치 아프게 고민되는 정도는 아니고 성적이나 용돈 등의 문제가 있다고 대답한 학생들은 있었지만 ‘즐거운 일’에 대해서는 모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필자도 자문했다. ‘최근 나를 가장 설레게 한 즐거운 일은 무엇이었을까?’ ‘내 인생의 즐거움은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꽤 오랜 시간 골똘히 생각해야 했지만 나름 평범하고 반복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필자의 친한 지인들에게 그들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 묻는 안부인사에서도 ‘특별히 즐거운 일이 무엇이며, 어느 누가 얼마나 인생을 즐기겠느냐’란 허심탄회한 답변에 되레 엉뚱한 질문을 한 셈이 되었다.

날마다 웃고 즐길 수 있는, 빛나는 무엇인가가 있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힘들 때 꺼내어 볼 수 있는 혹은 기대감 가득 안고 기다리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작은 기대감이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인생의 즐거움’이란 다소 거창한 타이틀에 걸맞은 대단한 무엇인가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누군가에겐 햇빛을 받으며 실컷 공원을 걷는 일이, 고된 노동으로 쉼이 절실한 누군가에겐 편안히 앉아 음악을 듣는 일이, 자취하며 평소 혼자 지내는 누군가에겐 다른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고 실컷 수다 떠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무언가로 인해 즐거운 일이 없다면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울 만한 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다들 힘들고 어렵다는 앓는 소리가 더 익숙한 요즘이다. 여러분 인생에서 1년에 딱 한 번, 2박3일간의 짧은 축제와 같은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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