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빅스텝(0.5% 포인트 인상)을 선택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3.00%가 됐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워낙 빠르니 불가피한 결정이다. 그런데도 한미 간 금리격차(0.25%)는 여전하고 11월 미 연준의 인상에 따라 또 벌어질 게 분명하다. 다섯 차례 연속 인상이나 빅스텝의 인상폭이 별로 놀랍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금통위의 금리 결정은 국내외의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자국 경제 상황만 생각하는 미 연준과 다르다. 이번의 빅스텝만 해도 갑작스레 달라진 결과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올해 남은 두 번의 금통위 회의는 모두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연말 기준금리 컨센서스도 2.75~3.0%였다.
하지만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 속도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 9월 미 연준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상단 기준 4.5%로 예고했다. 현재 3~3.25%인 기준금리를 고려하면 추가로 1.25%포인트 인상한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1%가 넘게 벌어지는 걸 두고볼 수는 없은 일이다. 금리로 풀어야 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가 물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환율이 더 화급한 불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킹달러’ 현상은 관련 무역국들의 통화를 초토화시키는 중이다. 나라별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원화 환율은 갑작스레 치솟았다. 엔화나 유로, 파운드화는 더하다. 이달 초 영국은 이미 고비를 겪었다.
게다가 우리는 올 들어 무역수지 적자가 300억달러를 훌쩍 넘는다. 수출에 비해 수입이 너무 급격하게 늘어난 결과다. 그나마 게걸음을 하던 수출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내리막에 들어설 수도 있다. 환율엔 치명적이다. 외환보유액이 예전과 다르다지만 홍수 앞에 넉넉함은 없다.
금리인상은 위기대응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달러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뭐든 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 시대로 돌아간다는 각오를 해야 할 정도다. 에너지 수입을 줄인다면 내복입기도 못할 게 없다. 해외여행도 자제해 적자 구조로는 최고인 여행수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 해외 투자의 25%에 불과한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도 늘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전에 규제개혁과 각종 지원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도 이젠 ‘불안심리 확산 방지’에만 방점을 둘 일이 아니다. 할 일을 제때 제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더 우선이다.